2020노538 | 형사 춘천지방법원강릉지원 | 2021.12.09 | 판결
피고인
피고인
구승기(기소), 민경원(공판)
법무법인 중심 담당변호사 김우성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0. 12. 3. 선고 2020고정50 판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작업장 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보고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이 2019. 4. 8.경 회의실에서 말한 내용은 사실이다.
나. 법리오해
피고인의 발언내용, 즉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작업장 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보고하지 않아서 과태료가 부과되었다는 내용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명예훼손적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600만 원, 소송비용 부담)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원심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2018. 10.경 작업장 내에서 장애인 공소외 3이 공소외 4의 몸을 만져 추행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를 피고인에게 보고하자, 피고인이 공소외 3의 보호자를 불러 상담을 하자고 하여 공소외 3의 모친인 공소외 5와 상담 일정을 잡게 되었고, 공소외 5에게서 서명을 받을 ‘보호자 확인서’를 작성하여 그에 관해 먼저 피고인에게 검토를 받은 후 피고인과 함께 공소외 5와의 상담을 진행하고 ‘보호자 확인서’에 공소외 5의 서명을 받았다고 진술하였고, 공소외 5와의 상담 중에 공소외 5가 아들의 성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관해 불안해하자 피고인이 공소외 3의 부친이 할 수 있는 성교육의 방법을 알려 주기도 했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있는 점, 피해자가 작성하여 공소외 5가 서명을 한 ‘보호자 확인서’ 내용 중 제2항에는 공소외 3이 작업장의 여자동료에게 "2018년 10월 3번(10월 18, 24, 25일), 11월에 2번(11월 8일, 22일)에 걸쳐 뒤에서 안으며 가슴 만지기, 무릎 위에 앉히기 등 성희롱 및 유사 행위를 통해 성적인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함"이라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 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서 위와 같은 보고를 받은 사실도 없고, 피해자와 함께 공소외 5를 면담하면서도 ‘보호자 확인서’의 내용은 읽어 보지 않았고 공소외 3의 문제행동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면담에 참석만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피고인은 위 작업장의 시설장으로 재직한 사람으로서 작업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종사자들 및 근로자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던 점, 작업장 종사자인 공소외 6도 작업장에서 근로자나 보호자와 상담을 행할 경우 피해자와 같은 실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보고한 후에 상담을 진행하고, 상담 후에 상담기록지를 작성하여 피고인의 결재를 받는 것이 통상적인 업무처리 방식이라고 진술한 점, 근로자 공소외 3의 작업장 퇴소 여부가 문제될 정도로 심각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여 공소외 3의 보호자를 불러 상담을 진행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시설장인 피고인이 근로자의 문제행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었는지에 관하여 모른 채로 상담까지 진행하였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인 점, 원심 증인 공소외 2, 공소외 7, 공소외 8, 공소외 6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케 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위 ‘보호자 확인서’의 기재내용 등 원심이 판시한 다른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서 공소외 3의 추행에 관해 보고를 받고 상담도 진행하여 그 내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2019. 4. 8.경 회의실에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제1심 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도5412 판결 등 참조).
3) 원심의 판단을 위 법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비록 당심에서 증인 공소외 9에 대한 증인신문이 추가로 행해졌고, 위 증인은 피고인이 작업장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경찰들의 조사가 있기 이전에는 알지 못하였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는 하였지만, 위 증인은 2019. 1. 1.부터 피해자의 후임으로 근무를 하였기 때문에 그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작업장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하여 보고를 하였는지 여부를 직접 보거나 들은 바 없고, ‘보호자 확인서’는 통상 상급자에게 전부 보고를 하고 작성되는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여 피고인의 변소에 다소 부합하는 듯한 위 일부 진술만으로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 밖에 당심에서 새로이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만한 객관적 사유가 드러난 것이 없는바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야 하는바,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1226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작업장 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보고를 받아서 이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직원 5명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는 작업장 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애초에 나한테 보고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였는바, 위와 같은 발언은 사회통념상 피해자가 통상적인 업무처리 방식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지 않아서 업무처리가 미숙하고 그로 인해 결국 작업장에 피해를 끼쳤다거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은폐하려고 하였다는 등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으로 인해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는바 피고인의 위 발언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발언을 들은 사람의 수가 많지 아니하고 피고인으로서는 작업장 내 발생한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과태료를 부과 받은 상황에서 다소간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한편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의도에서 저지른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아니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하였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도 아니하였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복규(재판장) 신성욱 김장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