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노3326 | 형사 대구지방법원 | 2024.09.13 | 판결
피고인
쌍방
양준열(기소), 우종림(공판)
변호사 이상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3. 8. 9. 선고 2022고단1231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
1. 공소사실
피고인은 김천시 ○○동에 있는 저수지 준설 공사현장에서 (차량번호 1 생략) 굴삭기(이하 ‘이 사건 굴삭기’라고 한다)를 운전하는 업무에 종사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1. 1. 28. 09:00경부터 10:30경까지 사이에 위 공사현장에서 위 굴삭기를 운전하여 (차량번호 2 생략) 덤프트럭의 뒷면 적재함에 흙을 퍼 담는 작업을 하며 후진하게 되었다. 당시 피고인의 굴삭기와 위 덤프트럭 사이에서 위 공사현장의 근로자인 피해자 공소외인(남, 56세)이 흙을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굴삭기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전방좌우 및 후방을 잘 주시하며 주변에 작업을 하고 있는 근로자가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그대로 후진한 과실로, 위와 같이 피고인의 굴삭기 뒤편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굴삭기의 뒷부분으로 피해자를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약 1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장골의 골절 등 상해를 입게 하였다(위 사고를 ‘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이 사건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 정하고 있는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굴삭기는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공소가 기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검사
원심이 선고한 형(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1호는 ‘차’라 함은 도로교통법 제2조 제17호 가목에 따른 차와 건설기계관리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건설기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건설기계관리법 제2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별표 1]에 의하면 ‘무한궤도 또는 타이어식으로 굴착장치를 가진 자체중량 1톤 이상인 굴착기(굴삭기)’도 위 건설기계에 포함된다. 나아가 차적조회 상세내용(증거기록 1권 14쪽), 건설기계등록·검사증(변호인이 제출한 증 제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굴삭기는 자체중량이 13.5톤인 타이어식 굴삭기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의하면 이 사건 굴삭기는 건설기계관리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건설기계로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 말하는 ‘차’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 그리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 말하는 ‘교통사고’라 함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하는데(위 법 제2조 제2호), 여기서 ‘차의 교통’이라고 함은 차량을 운전하는 행위 및 그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7272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저수지 준설 현장에서 이 사건 굴삭기를 운전하여 덤프트럭의 뒷면 적재함에 흙을 퍼 담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은 덤프트럭에 흙을 싣고 나서 새로운 흙을 퍼 담기 위하여 굴삭기를 후진하다가 피해자를 들이받는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킨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의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건설기계는 본래 목적이 교통기능의 수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업기능의 수행에 있고, 건설기계의 교통기능은 작업수행을 보조하기 위한 부수적인 기능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차’인 굴삭기를 운전하여 후진하다가 피해자를 들이받는 사고를 발생시킨 이상, 이 사건 사고는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한편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굴삭기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에서 정한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는 위 법 제4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 그럼에도 이 사건 사고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아닌 ‘업무상과실치상’으로 의율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교통사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1항 기재와 같고, 이는 제3항에서 본 것과 같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도(재판장) 손대식 남근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