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다295876 | 민사 대법원 | 2025.04.24 | 판결
○○○코리아리미티드(△△△ Korea, Ltd) 외 8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강석훈 외 5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유철형 외 4인)
서울고법 2024. 9. 5. 선고 2023나2031448 판결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이유(제출기간이 지난 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주식회사 □□□ 등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원고들과 관련된 원고들의 하위 중간 지주회사들에 배당금 등을 지급하면서 관련 국세를 원천징수하여 과세관청에 납부하였다(이하 각 원천징수를 ‘이 사건 원천징수’라 한다).
나. 2008년 과세관청은, 위 원천소득의 실질귀속자는 중간 지주회사들이 아니라 그 상위투자자인 원고들이고 원고들에게 국내 고정사업장 또는 국내사업장(이하 ‘고정사업장’이라고만 한다)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에 대하여 소득세 또는 법인세 부과처분을 하였는데, 당시 이 사건 원천징수와 관련된 환급금은 위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기납부세액으로 공제·충당 처리되었다. 그런데 외국의 합자회사에 대해서는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두5950 판결이 선고되자, 과세관청은 관련 소득세 부과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한 후 법인세 부과처분을 다시 하였고, 앞서 본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은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재차 공제·충당 처리되었다(이하 원고들에 대한 법인세 부과처분을 모두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라 한다).
다. 그러다가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4두3044, 3051(병합) 판결(이하 ‘이 사건 취소판결’이라 한다)에 따라 원고들이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었다. 과세관청은 일부 원고들 명의로 납부된 법인세 고지세액을 환급하였으나,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공제·충당 처리되었던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의 상당 부분은 원고들에게 환급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들은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충당 처리되었던 원천징수세액 가운데 환급되지 않고 남아있는 부분(이하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이라 한다)에 관한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음을 전제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청구권이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에게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그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라.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원천납세의무자인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확정판결로 취소된 경우,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공제·충당 처리된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상당에 대한 환급청구권이 원천납세의무자인 원고들과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 중 누구에게 있는지이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1) 국세환급금의 충당은 납세의무자가 갖는 환급청구권의 존부나 범위 또는 소멸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처분이라기보다는 국가의 환급금 채무와 조세채권이 대등액에서 소멸되는 점에서 민법상 상계와 비슷하고, 소멸대상인 조세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당연무효 또는 취소되는 경우에는 그 충당의 효력이 없는 것으로서 이러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납세의무자로서는 충당의 효력이 없음을 주장하여 언제든지 민사소송으로 이미 결정된 국세환급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4. 12. 2. 선고 92누1425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국세환급금 충당의 효력이 없는 경우 그 범위에서 되살아나는 권리는 충당의 대상이 되었던 조세의 환급청구권이 아니라 당초 확정되었다가 충당된 조세의 환급청구권이다(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다64435 판결 참조). 나아가 이러한 법리는 원천징수의무자 명의로 납부된 세액에 관한 환급금이 다른 조세채권에 충당 처리되었다가 해당 조세채권이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거나 당연무효 또는 취소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 원천징수 세제에서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하여 세액을 징수·납부하였거나 징수하여야 할 세액을 초과하여 징수·납부하였다면, 이는 국가가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납부받는 순간 아무런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 된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8780 판결,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다68294 판결 및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두18284 판결 등 참조). 이때 원천징수의무자 명의로 납부된 세액에 관하여는 원천징수의무자가 그 환급청구권자가 되고, 원천납세의무자는 자신 명의로 납부된 세액에 관하여만 환급청구권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다68294 판결,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4두4524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법인세 환급청구권이 있다고 본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1)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이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에 따른 법인세에 공제·충당됨으로써 원고들이 실질적으로 법인세를 납부한 것으로 처리된 이상, 법인세 과세와 양립할 수 없는 이 사건 원천징수에 따른 조세 납부의 효력은 종국적·확정적으로 소멸하였고, 그 후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었더라도 이 사건 원천징수에 따른 조세 납부와 관련된 법률관계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원고들이 실질적으로 납부한 법인세액에 대한 환급청구의 문제만이 남을 뿐이다.
2)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이 현재까지 피고에게 환급을 요구하였다거나 피고가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금으로 원고들에 대한 법인세액에 공제·충당 처리하는 것에 대해 이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종국적으로 반환하여야 하는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관한 환급금을 원고들에게 부과된 법인세액에 공제·충당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원천징수와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에 따른 조세납부의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정리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당시 당사자들 사이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1)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된 이상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을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공제·충당 처리한 효력이 소멸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공제·충당 처리된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관한 환급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부 명의자인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에게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이 원고들에 대한 법인세에 공제·충당 처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은 이 사건 원천징수 과정에서 기준이 되었던 중간 지주회사들을 납세의무자로 삼았던 것이 아니라 그 상위투자자인 원고들이 실질귀속자로서 납세의무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것이다. 위와 같은 공제·충당 처리는 원고들에게 애당초 속하지 않는 원천징수세액 환급청구권을 가지고 원고들의 법인세 징수가 이루어진 것처럼 임의로 처리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들에 대한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공제·충당된 효력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소지가 크다. 나아가 원고들이 위 공제·충당 처리 당시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로부터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관한 환급청구권을 유효하게 이전받았고 이로써 자신들에 대한 법인세를 실제 납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 사건 원천징수에 따른 조세 납부의 효력은 앞서 본 공제·충당 처리로 인해 종국적·확정적으로 소멸하였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다.
3)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은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금이 원고들의 법인세에 공제·충당 처리되는 것에 대해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이 명시적으로 이의한 바가 없었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에 대한 환급금을 가지고 원고들에 대한 법인세액에 공제·충당 처리하기로 하는 합의가 당시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을 비롯한 당사자들 사이에 존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위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취소판결에 따라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됨으로써 충당의 효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된 경우까지 상정하여 이때 발생하게 될 국세의 환급청구권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에 관한 합의 역시 성립하였는지를 추가로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4) 결국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이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 명의로 납부된 이상, 그 국세환급금에 대한 권리는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 명의로 납부된 세액이 원고들에 대한 법인세에 공제·충당된 적이 있다거나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이 사건 취소판결에 의해 취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곧바로 피고에게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환급금 지급을 구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이 사건 원천징수의무자들의 환급청구권이 되살아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을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삼는 데에도 당사자 사이에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 상당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제·충당 처리되었다가 부과처분이 취소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국세 환급청구권의 성격 및 그 권리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기납부세액 충당에 관한 합의의 존부 및 그 내용에 관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고들의 상고이유는 ‘원심판결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서 환급청구권이 원고들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주장들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4.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은 앞에서 본 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그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노태악(주심) 서경환 노경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