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노1871 | 형사 서울남부지방법원 | 2024.11.07 | 판결
피고인
피고인
최근영(기소), 원경희(공판)
변호사 오주은(국선)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11. 9. 선고 2023고단2882 판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채무초과 상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출을 신청하기는 하였으나, 변제불능 상태에서 대출금 편취 목적으로 대출을 신청한 것이 아니었다. 피고인은 새로운 채무로 기존채무를 먼저 해결한 뒤 분할 상환할 목적이었으므로, 편취의 범의가 없고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 받아들이지 않음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유사한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판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다음과 같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거액의 채무가 있었던 점, 피고인이 같은 날 카드 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이 사건 범행을 비롯하여 다수의 카드사로부터 동시에 1억 3,610만 원을 대출받은 점, 피고인 스스로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돌려막기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증거기록 제3권 제74, 75쪽)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편취 범의가 충분히 인정된다.
나. 당심의 판단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참조).
신용카드사용으로 인한 신용카드업자의 금전채권을 발생케 하는 행위는 카드회원이 신용카드업자에 대하여 대금을 성실히 변제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카드회원이 일시적인 자금궁색 등의 이유로 그 채무를 일시적으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 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였다면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 내지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도685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편취의 범의로 이 사건 대출을 신청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사기죄 성립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1) 피고인은 2022. 6. 3. 하루 동안 피해자 회사들로부터 받은 대출을 포함하여 총 8개의 기관에서 1억 3,290만 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피고인은 특별한 재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거래처 및 지인에 대한 채무, 사채 채무로 수억 원을 부담하던 채무초과 상태였다. 피고인도 위와 같은 채무초과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을 신청하였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2) 피고인은 경찰에서 "그 상황에서는 일단 급한 것부터 막고 보자는 마음 밖에는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원금의 반만 내도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그래서 일단 대출을 받았습니다," "일단 다른 데서 대출을 받으면 돌려막아서 갚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순번 9 피의자신문조서 76면). 결국 피고인 본인의 수사기관 진술에 의하여도, 피고인은 이 사건 대출금 신청 당시 정해진 기간 내에 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계획이 없었다. 결국 피고인이 변제 불능 상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용인한 채 대출을 신청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
3) 실제로 피고인은 2022. 6. 3. 피해자 ○○카드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대출을 받은 뒤, 1회 차 상환금도 변제하지 않아 2022. 6. 28.부터 대출금 채무를 연체하기 시작하였다(증거목록 순번 5 대출금 상세 입금내역). 그 후에도 피고인은 나머지 대출 원리금을 변제하지 않다가 2022. 10. 4. 개인회생신청을 하였다.
4) 한편 피고인은 최장의 상환기간을 정하여 대출을 신청하였고, 같은 날 여러 건의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 대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대출금 신청 당시 피고인의 객관적인 재산 상태와 수입에 비추어 볼 때 변제능력이 없었음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데다가 실제로 피고인이 대출 원리금을 변제하지도 않은 이상,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은 유죄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 외에도 피고인은 개인회생신청에 따른 변제계획인가결정에 따라 피해자들을 포함한 채권자들에게 성실히 변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사정 역시 사기죄가 성립한 이후 사정에 불과하여 이미 성립한 사기죄에 영향이 없다.
다. 소결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 받아들이지 않음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이 초범인 것은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이 사건 편취금액이 3,450만 원으로 상당한 액수이며,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되지 않아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한 것은 불리한 정상이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정상을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새롭게 양형에 참작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다. 피고인이 당심에서 양형부당의 사유로 주장하는 여러 사정들은 원심에서 전부 나타난 것들이고, 원심은 그와 같은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건강상태,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맹현무(재판장) 박세라 이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