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다232721 | 민사 대법원 | 2024.12.12 | 판결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평 담당변호사 유용일 외 1인)
주식회사 △△△
수원지법 2024. 4. 2. 선고 2022나91848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20. 10.경 주식회사 □□□(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대리점인 피고와 사이에 피고로부터 휴대전화 등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위탁판매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 제15조는 ‘정책 및 환수’라는 제목 아래 ‘매월 공지되는 단가표 및 정책표에 근거하여 기준한다.’고 정하고 있다. 피고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수시로 단가표와 정책표를 공지하였는데, 2020. 12.경 피고가 위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정책표(이하 ‘이 사건 정책표’라 한다) 중 유지기간 미준수로 인한 수수료 환수 기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분내용차감금액유지기간 미준수기간 내 해지신규D +183일R/B 전액
다. 소외 회사는 원고의 하부 판매점인 ◇◇◇을 통하여 외국인인 소비자 2명에게 휴대전화를 각 판매하고 위 소비자들과 각 통신계약(이하 ‘이 사건 각 통신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으며, 피고는 원고에게 합계 1,009,800원을 판매 수수료로 지급하였다. 위 소비자들이 이용요금을 미납하자 소외 회사는 이 사건 각 통신계약에 따라 개통된 휴대전화번호의 이용을 정지하였고, 그 후에도 이용요금이 납부되지 않자 이 사건 각 통신계약을 직권으로 해지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정책표에서 정한 수수료 환수 기준은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에 적용된다. 위 수수료 환수 기준에 따르면 신규로 체결된 통신계약이 그 유지기간 183일이 경과되지 아니한 때에 해지되는 경우에는 원고는 피고에게 지급받은 수수료 전액을 반환하여야 하고, 이러한 유지기간에 이용정지 기간은 포함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각 통신계약은 이용정지 기간을 제외한 유지기간이 183일을 경과하기 전에 직권해지 되었으므로, 원고는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 합계 1,009,800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상고이유 중 이 사건 정책표에서 정한 수수료 환수 기준은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에 적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등의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계약의 해석 및 적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중 원고는 피고에게 수수료 반환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그러나 원고에게 수수료 반환의무가 있다는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약관 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는 약관 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64 판결,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다274904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판결의 이유를 살펴본다. 이 사건 정책표의 수수료 환수 기준에서 ‘신규로 체결된 통신계약의 유지기간이 183일을 경과하지 아니하고 해지되는 경우에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 전액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원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약관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정책표는 피고가 원고를 비롯하여 피고가 공급하는 휴대전화 등에 관한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한 다수의 판매점들과 사이에 판매 수수료의 지급 또는 환수에 관한 요건이나 기준 및 그 액수를 정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으로서 약관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약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피고는 소외 회사의 대리점으로서 원고를 비롯한 다수의 판매점과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공급받는 휴대전화 등의 위탁판매업무를 수행하는 판매점으로서 거래의 상당 부분을 피고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 이 사건 정책표에서 수수료 환수 기준을 정하여 유지기간이 183일을 경과하기 전에 통신계약이 해지되었을 경우 휴대전화 위탁판매업자가 지급받은 수수료를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은 휴대전화 위탁판매업자가 수수료를 지급받을 목적으로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통신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방지하고, 통신계약의 조기 해지로 발생하는 손해를 위탁판매업자도 분담한다는 취지에서 합리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 정책표 중 수수료 환수 기준에서는 유지기간이 183일을 경과하지 않으면 통신계약이 해지된 데 관하여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해지 당시 유지기간이 얼마인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원고가 지급받은 수수료 전액을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수수료를 반환하여야 하는 원고의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고 형평에 어긋나는 내용이다.
라) 이 사건 정책표 중 수수료 환수 기준에 관하여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 제15조에서는 ‘매월 공지되는 단가표 및 정책표에 근거하여 기준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원고가 알 수 없으며 피고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사건 정책표 중 수수료 환수 기준을 정함에 있어 원고에게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오히려 원고로서는 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 제15조에 따라 이 사건 정책표가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의 내용에 편입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2)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정책표에서 정한 수수료 환수 기준이 약관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를 심리한 다음 이를 전제로 원고가 피고에게 수수료를 반환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에 관한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정책표 중 수수료 환수 기준이 당연히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원고에게 수수료 전액에 대한 반환의무가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약관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김상환(주심) 오경미 박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