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다203181 | 민사 대법원 | 2024.09.13 | 판결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돈)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비트 담당변호사 최성호 외 4인)
대전고법 2023. 12. 6. 선고 (청주)2023나50268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환경관련컨설팅 및 유지보수 서비스업, 환경플랜트 및 기계 설비시공업, 대기 수질 폐기물처리 설계시공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는 폐기물처리시설(이하 ‘이 사건 시설’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회사이다.
나. 피고는 2018. 10.경 이 사건 시설에서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악취가 배출되었다는 이유로 진천군으로부터 영업정지 1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처분을 받았고, 2019. 3.경에도 같은 사유로 영업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실제 영업정지 기간은 2019. 4. 20.부터 2019. 7. 20.까지이다).
다. 피고는 영업정지 기간 중인 2019. 6. 28.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시설 중 음식물처리 악취제거설비(이하 ‘이 사건 설비’라 한다)를 개선 및 보완하는 공사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공사대금 3억 8,9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 공사기간 2019. 7. 20.까지로 정하여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40%, 중도금으로 30%(설치완료 및 설비 가동 전), 잔금으로 30%[준공(측정 DATA 제출) 및 상업운전 가동이 시작되었을 때]를 각 지급하기로 하였다.
라. 피고는 원고에게 2019. 7. 1. 계약금 171,160,000원을 지급하였다.
마. 원고가 2019. 7. 30. 공사를 마치자, 피고는 2019. 8. 21. 진천군에 폐기물처리시설 사용개시신고를 하고 사용개시신고 수리통보를 받은 다음 날인 2019. 8. 28. 이 사건 시설을 가동하였다.
바. 진천군은 2019. 9. 5. 이 사건 설비의 악취배출구 등에서 악취포집을 하였는데, 위 악취배출구에서는 희석배수 3,000배수[이하 ‘배수’는 모두 악취공정시험기준(국립환경과학원고시)에서 정하는 복합악취 측정방법인 공기희석관능법에 따른 ‘희석배수’이다]의 악취가 측정되었다. 이는 이 사건 계약 및 법령에서 정한 배출허용기준인 500배수를 현저히 초과하는 수치이다.
사. 피고는 2019. 9.경 진천군으로부터 폐기물관리법 위반에 따른 영업정지 6개월 및 과태료 800만 원, 악취방지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100만 원의 처분을 받아 위 과태료를 모두 납부하고, 2019. 11.경 위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의 취소재결을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여 그 심판 결과에 따라 2020. 1.경 6개월의 영업정지에 갈음한 1억 원의 과징금을 납부하였다.
2. 제1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설비가 계약 및 법령에서 정한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못하는 등 원고가 보증한 성능에 미달하여 잔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설비가 준공되었고 악취 측정 데이터가 제출되었으며 2019. 8. 27.경 실제 영업을 위한 가동이 시작되었으므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잔금 지급의 불확정기한, 즉 ‘준공(측정 DATA 제출) 및 상업운전 가동이 시작되었을 때’가 도래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의 경우에,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도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하고,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3다221830 판결 참조).
2) 한편 도급계약에 있어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구하는 수급인에게 있고,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일이 완성되었다고 하려면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응 종료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 예정된 최후의 공정이 일응 종료하였는지 여부는 수급인의 주장에 구애됨이 없이 당해 제작물공급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제작물공급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으로서는 그 목적물 제작에 관하여 계약에서 정해진 최후 공정을 일응 종료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까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5다21431, 21448 판결 등 참조).
3)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위 계약에서 정한 ‘준공(측정 DATA 제출) 및 상업운전 가동의 시작’이란 잔금 지급의 정지조건이고,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 피고는 2018. 10.경 이 사건 시설이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1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처분을 받고, 2019. 3.경 같은 사유로 영업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뒤 영업정지기간 중인 2019. 6. 28. 악취제거설비 등 공사 전문업체인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특히 공사기간의 종기를 영업정지기간 만료일인 2019. 7. 20.까지로 정하였다. 이 사건 계약 체결 경위 등에 주목하여 ‘준공(측정 DATA 제출) 및 상업운전 가동의 시작’의 의미를 살펴보면, 피고가 종전과 같은 행정상 제재를 받을 염려 없이 자신의 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이 사건 시설이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사정을 원고와 피고가 모두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를 이 사건 계약의 중요 목적이자 내용으로 삼아 그 이행 여부를 피고의 잔금 지급 의무 발생과 연결시킨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500배수 이하’라는 배출허용기준은 계약의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나) 2019. 7. 30. 공사가 끝난 뒤에도 악취농도가 측정된 바 없었다. 이 사건 시설이 가동된 뒤인 2019. 9. 5.에서야 진천군의 검사가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배출허용기준인 500배수를 현저히 초과하는 3,000배수의 악취가 측정되어 피고는 종전에 내려진 행정처분보다 가중된 행정처분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자 2019. 9. 중순경부터 2019. 10. 중순경 사이 원고와 피고의 의뢰에 따라 네 개 업체에서 악취농도가 측정되었는데, 원고가 의뢰한 □□□연구소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 업체에서 500배수를 크게 초과하는 악취농도가 측정되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성능보증기준을 충족하는 데이터를 적시에 제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설비를 모두 철거하고 다른 업체를 통해 다시 시공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피고가 그 전인 2019. 8. 28.부터 진천군의 악취 측정 전까지 며칠간 이 사건 설비를 가동하였던 것은 단지 이 사건 설비가 계약에서 정한 기준을 갖춘 정상적인 상태에서 가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가리켜 앞서 본 의미의 ‘상업운전 가동의 시작’이 있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라) 결국 피고의 잔금 지급 의무의 조건, 즉 ‘준공(측정 DATA 제출) 및 상업운전 가동의 시작’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에게 잔금 지급을 명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관의 해석 및 도급계약에서 일의 완성 여부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제2, 3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이 사건 설비의 하자보수비용 68,450,000원, ② 이 사건 설비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영업손실 상당액 303,981,224원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피고의 상계 항변을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배척하였다.
1) 피고는 원고가 제안한 이 사건 설비에 대한 1차, 2차 개선안에 공통되는 주요 내용인 ‘집진제거기 설치’, ‘배수시스템 개선’, ‘세정탑 개선’ 비용이 이 사건 설비 하자보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하면서 이 사건 계약의 견적서 등을 기초로 위와 같은 금액을 주장하고 있는데, 피고 주장과 같은 사항들이 이 사건 설비의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객관적으로 적절한 방법에 해당하는 사실, 그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이 실제 피고가 주장하는 금액과 같다는 사실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
2) 피고가 주장하는 영업손실액은 매출액에 불과하고 실제 피고가 얻게 될 순이익은 아니며, 실제 피고가 얻을 수 있었으나 얻지 못한 순이익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없고, 매출액 감소분과 영업이익 감소분이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산적 손해의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채무불이행과 그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제반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인 수액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법리는 자유심증주의 아래에서 손해의 발생 사실은 증명되었으나 사안의 성질상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곤란한 경우 증명도·심증도를 경감함으로써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상과 기능을 실현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이지, 법관에게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자유재량을 부여한 것은 아니므로 법원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구체적 손해액을 판단할 때에는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들의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와 같이 탐색해 낸 간접사실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0다246999, 247008 판결 등 참조).
2) 원심도 피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 자체에 관하여는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등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본 이상, 원심으로서는 위 법리에 따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한 간접사실들의 탐색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등 피고의 손해가 얼마인지를 객관적·합리적인 방법으로 심리, 확정하였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는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김상환(주심) 박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