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노207 | 형사 부산고등법원 | 2022.08.17 | 판결
피고인
피고인
신충섭(기소), 이기영(공판)
변호사 구남수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2. 5. 10. 선고 2022고합40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및 벌금 20,000,000원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1. 항소이유 요지
원심 선고형(징역 1년 6월 및 벌금 10,000,000원)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를 판단하기 전에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원산지표시법’이라 한다) 제6조 제1항 제1호는 원산지 표시를 거짓으로 하거나 이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은 ‘제6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의 죄로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제6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나. 원심은, 피고인이 2015. 11. 10. 부산지방법원에서 원산지표시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2015. 11. 21. 위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실, 피고인이 2018. 1. 11.경부터 2021. 9. 14.경까지 외국산 돼지고기를 판매하면서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원산지표시법 제14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 법리, 재판의 ‘선고’ 및 ‘고지’의 의미와 이를 준별하고 있는 관련 규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산지표시법 제14조 제2항에서 정한 ‘형을 선고받고’에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고지받은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므로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 법률을 해석할 때 입법 취지와 목적,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이러한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9도9044 판결 등 참조).
2) 재판은 내부적인 의사결정을 전제로 하여 그 의사가 외부적으로 표시됨으로써 성립한다. 내부적으로 성립한 재판을 외부적으로 표시하는 행위는 ‘선고’와 ‘고지’로 구분된다. 강학상 ‘선고’는 공판정에서 재판의 내용을 구술로 선언하는 행위를, ‘고지’는 선고 외의 적당한 방법으로 재판의 내용을 소송관계인에게 알려 주는 행위를 각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따라서 고지는 선고에 비하여 간이한 방식임을 알 수 있다.
3) 형사소송법은 아래와 같이 선고와 고지를 준별하고 있는데, 판결은 반드시 선고의 방법으로, 결정·명령은 원칙적으로 고지의 방법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며, 약식명령은 고지의 방식으로 하도록 명확히 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451조, 제452조, 제453조).
제42조(재판의 선고, 고지의 방식)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공판정에서는 재판서에 의하여야 하고 기타의 경우에는 재판서등본의 송달 또는 다른 적당한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제43조(동전)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는 재판장이 한다.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한다.제44조(검사의 집행지휘를 요하는 사건) 검사의 집행지휘를 요하는 재판은 재판서 또는 재판을 기재한 조서의 등본 또는 초본을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한 때로부터 10일 이내에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제51조(공판조서의 기재요건) ② 공판조서에는 다음 사항 기타 모든 소송절차를 기재하여야 한다. 14. 판결 기타의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사실제294조의3(피해자 진술의 비공개) ① 법원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당해 피해자·법정대리인 또는 검사의 신청에 따라 피해자의 사생활의 비밀이나 신변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결정으로 심리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결정은 이유를 붙여 고지한다.제343조(상소 제기기간) ②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진행된다.제416조(준항고) ① 재판장 또는 수명법관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한 재판을 고지한 경우에 불복이 있으면 그 법관소속의 법원에 재판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 1. 기피신청을 기각한 재판 2. 구금, 보석, 압수 또는 압수물환부에 관한 재판 3. 감정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유치를 명한 재판 4. 증인, 감정인, 통역인 또는 번역인에 대하여 과태료 또는 비용의 배상을 명한 재판 ③ 제1항의 청구는 재판의 고지있는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제451조(약식명령의 방식) 약식명령에는 범죄사실, 적용법령, 주형, 부수처분과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음을 명시하여야 한다.제452조(약식명령의 고지) 약식명령의 고지는 검사와 피고인에 대한 재판서의 송달에 의하여 한다.제453조(정식재판의 청구) ①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은 정식재판의 청구를 포기할 수 없다.
4) ① 군사법원법(제76조, 제77조, 제78조, 제85조, 제501조의5, 제501조의6, 제501조의7)에도 위 형사소송법 규정과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면서 선고와 고지를 준별하고 있다. ②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11조도 즉결심판은 원칙적으로 선고로 하되, 불개정재판을 한 경우에는 고지하도록 정하고 있는 등 선고와 고지를 준별하고 있고, 군사법원법(제501조의24, 제501조의27)에도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면서 선고와 고지를 준별하고 있다. ③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56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42조 등에서도 판결 선고와 약식명령의 고지를 명확히 구분하여 정하고 있다.
5) 약식명령은 그 고지를 검사와 피고인에 대한 재판서의 송달에 의하여 하고 따로 선고를 하지 않는다. 약식명령은 정식재판의 청구기간이 경과하거나 그 청구의 취하 또는 청구기각의 결정이 확정한 때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나(형사소송법 제457조), 그렇다고 하여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고지받은 사실을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볼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6) 원산지표시법 제14조 제2항은 원산지 거짓표시 등의 위반행위를 재범한 경우에 가중처벌하는 규정인데,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판결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과 달리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고지받은 피고인에 대하여 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① 약식명령의 청구는 검사가 공소제기와 동시에 서면으로 하여야 하며(형사소송법 제449조), 서면심리만에 의한다. 검사는 약식명령의 청구와 동시에 약식명령을 하는데 필요한 증거서류 및 증거물을 법원에 제출하여야 하므로(형사소송규칙 제170조) 공소장일본주의의 적용이 없고, 약식명령청구서를 피고인에게 송달할 필요도 없으며, 피고인신문, 증인신문, 검증, 감정과 같은 증거조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공판절차를 전제로 한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들(형사소송법 제311조 내지 318조)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약식명령은 그 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14일 내에 이를 하여야 하고(형사소송규칙 제171조), 피고인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각종 자료를 제출하고 주장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
또한 약식명령의 송달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상의 보충송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 피고인의 지배범위 안에서 피고인 이외의 사람, 이른바 ‘수령대리인’이 약식명령 등본을 받더라도 송달이 유효하게 된다. 그런데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주소지 또는 주민등록지로부터 일시적으로 떠나 있는 등으로 피고인 이외의 사람이 이를 수령하거나, 약식명령을 실제 교부받은 수령대리인의 착오나 부주의로 약식명령이 전달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일상생활에서 드물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약식명령 고지 사실을 현실적으로 알게 되는 시점이 그 재판청구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지체되거나, 경우에 따라 아예 그 고지 사실을 모른 채 유효하게 정식재판 청구기간이 지나가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약식절차에서는 정식재판절차와 달리 간략한 서면심리, 재판 내용을 전달받는 방식 등으로 인하여 사실상 부당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②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43조),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147조 제2항). 특히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양형이유를 양형조건이나 선례를 들어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의 내용이나 규정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본건과 같이 동종범행을 재범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특별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경고를 할 수도 있다. 반면 약식명령을 고지할 때에는 위와 같은 절차가 없다. 따라서 벌금형을 판결로 선고받는 경우와 약식명령으로 고지받는 경우는 피고인에게 불법행위의 금지를 명하는 법적 요구의 강도, 피고인이 갖는 주관적인 경각심의 정도, 재범방지효과 및 새로운 범행 결의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 등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라. 따라서 원심이 원산지표시법 제14조 제2항에서 정한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고지’받은 경우가 포함된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그 심판이 법령에 위반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원심판결에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이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 판결문의 범죄사실 중 모두에 기재된 [범죄전력] 부분 전부 및 그 말미 부분에 기재된 ‘이로써 피고인은 원산지표시법 제14조 제1항의 죄로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같은 법 제6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를 각 삭제하고, 원심 판결문의 증거의 요지 중 ‘1. 판시 범죄전력: 수사보고(동종 전력 약식명령문 첨부), 범죄경력조회’를 삭제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원산지표시법 제14조 제1항, 제6조 제1항 제1호(포괄하여, 징역형과 벌금형 병과)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징역형에 대하여)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1.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식품·보건범죄 〉 01. 허위표시 〉 [제2유형] 일반 유형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10월∼2년
2. 선고형의 결정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약 3년 8개월 동안 외국산 돼지고기 12,392kg을 국내산 돼지고기로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여 판매한 것으로, 그 범행기간 및 규모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나쁘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동시에 사회적 신뢰를 손상시키고 농수산물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서 사회적 비난가능성도 큰 점, 피고인과 거래한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피고인이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1차 단속이 된 이후에도 2차 단속을 당하기까지 약 1개월 동안 계속하여 범행을 저지른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반면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자신이 운영하던 정육가게를 모두 폐업한 점, 피고인에게 가벼운 벌금형을 2회 받은 것 이외에 다른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에게 부양할 자녀가 있는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원산지표시법 제14조 제2항 위반)
피고인은 2015. 11. 10. 부산지방법원에서 원산지표시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2015. 11. 21. 위 약식명령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외국산 돼지고기 총 12,392kg 상당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한 후 이를 합계 154,515,531원 상당을 받고 판매하였다.
2. 판단
위 공소사실은 위 2항과 같은 이유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위 공소사실에 포함된 판시 원산지표시법 제14조 제1항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최환(재판장) 김정환 구경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