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나55750 | 민사 부산고등법원 | 2024.07.17 | 판결 : 상고
원고 1 외 15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심 담당변호사 변영철 외 1인)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강동욱 외 1인)
부산지법 2023. 8. 17. 선고 2021가합43947 판결
2024. 6. 19.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별지 1 목록 기재 물질을 해양에 투기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기초 사실
가. 원고들은 부산광역시 또는 김해시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다. 피고는 일본국 법령에 의하여 설립되고 일본국 도쿄도 (이하 주소 1 생략)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법인으로서, 2011. 3. 11. 이른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운영자이다.
나. 피고는 2021. 4.경 공표된 일본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일본국 후쿠시마현 (이하 주소 2 생략) 일원에 위치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 등을 이용해 일정 정도 정화 처리한 물질(이하 ‘이 사건 물질’이라고 한다)을 위 발전소에서 해양으로 방류할 계획을 세운 다음 위 계획에 따라 2023. 8. 24.경부터 위 물질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방류하기 시작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공지의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청구의 요지 및 관련 조약 등
가. 원고들은, ① 1996. 11. 7. 런던에서 작성된 "폐기물 및 그 밖의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1972년 협약에 대한 1996년 의정서(1996 PROTOCOL TO THE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OF MARINE POLLUTION BY DUMPING OF WASTES AND OTHER MATTER, 1972, 이하 ‘런던의정서’라고 한다)" 제4조 1. 1.항, ② 1997. 9. 5. 비엔나에서 채택된 "사용후 핵연료 및 방사성 폐기물 관리의 안전에 관한 공동협약(Joint Convention on the Safety of Spent Fuel Management and on the Safety of Radioactive Waste Management, 이하 ‘공동협약’이라고 한다)" 제27조, ③ 민법 제217조 제1항을 각 근거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물질의 방류행위를 금지할 것을 구하고 있다.
나. 우리나라와 일본국은 런던의정서 및 공동협약(이하 위 두 조약을 통칭할 때에는 ‘이 사건 각 조약’이라고 한다)의 체약당사국이다. 런던의정서는 2009. 2. 21. 우리나라에서, 2007. 11. 1. 일본국에서 각 발효되었고, 공동협약은 2002. 12. 15. 우리나라에서, 2003. 11. 24. 일본국에서 각 발효되었다.
다. 이 사건 각 조약 가운데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규정은 별지 2 기재와 같다(국문번역본만 첨부한다).
3. 이 사건 소에 관한 국제재판관할권의 존부
가. 관련 법리
1) 국제사법은 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국제재판관할권에 관한 일반원칙을 보완하고 일반관할규정과 특별관할규정을 신설하였다. 그런데 위 법 부칙 제1조는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인 2022. 7. 5.부터 위 법을 시행한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부칙 제2조는 위 법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의 관할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의 소송계속이 발생한 시점은 피고에게 소장 부본이 송달된 2022. 3. 31.이고, 이는 위 법이 시행되기 이전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관하여는 현행 국제사법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신설규정은 적용되지 않고, 개정 전의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제사법’이라고 한다)이 적용된다.
2) 구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실질적 관련’은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성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과 경제 등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당사자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판결의 실효성과 같은 법원이나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국제재판관할의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는 개별 사건에서 실질적 관련성 유무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구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제1항에서 정한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 또는 방법으로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제시한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관할 규정은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러한 관할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마련된 재판적에 관한 규정이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에는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참조).
3) 민사소송법 제2조는 "소는 피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5조 제1항 전문은 "법인, 그 밖의 사단 또는 재단의 보통재판적은 이들의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곳에 따라 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원고에게 피고의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법원에 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관할 배분에서 당사자의 공평에 부합하기 때문이므로, 국제재판관할에서도 피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곳은 영업관계의 중심적 장소로서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한편 국제재판관할에서 특별관할을 고려하는 것은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국가의 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가령 민사소송법 제11조에서 재산이 있는 곳의 특별재판적을 인정하는 것과 같이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시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얻으면 바로 집행하여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으므로,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판결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8다230601 판결 참조).
나.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제1심법원에 이 사건 소에 대한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는지 여부를 보건대, 기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제1심법원에 이 사건 소에 대한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일본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있고 일본국 내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피고가 우리나라 내에 사무소 또는 영업소를 두거나 집행 가능한 재산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2) 원고들이 이 사건 소로써 방류(투기)금지를 구하는 이 사건 물질과 그 저장시설 및 오염제거설비 등은 모두 일본국 내에 소재하고, 방류행위 역시 일본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사건 소의 본안판단을 위해서는 이 사건 물질이 적정하게 처리되어 방류되고 있는지 여부, 이 사건 물질에 존재하는 잔여 방사능 성분의 농도와 위험성, 그것이 해양에 방류되었을 때 미치는 영향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 평가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위와 같이 일본국 내에 존재하는 이 사건 물질 및 관련 시설 등에 대한 검증 및 감정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할 것인데, 일본 자국 법원이 아닌 제1심법원이 위와 같은 절차를 실효적으로 취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나아가 설령 원고들이 이 사건 소에서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이를 집행하여 일본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피고의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서는 일본국 법원의 외국판결에 대한 승인절차를 거쳐야만 할 것인데, 사인 간의 분쟁을 넘어 국가 간 이해관계까지 얽혀있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법원이 위와 같은 객관적 절차 없이 원고들이 들고 있는 연구논문, 언론기사 등만을 바탕으로 원고들 승소판결을 선고하더라도 이를 일본국 법원에서 승인받기는 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여 판결의 실효성 역시 불투명하다.
4) 피고가 우리나라에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거주하는 국민이 이 사건 각 조약 및 민법 제217조 제1항에 기하여 우리나라 법원에 일본국에 소재한 피고를 상대로 행위금지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피고가 이 사건 물질의 방류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분쟁가능성의 예견일 뿐이므로, 이 사건 소에 있어서 제1심법원에 대한 국제재판관할권의 배분을 정당화할 근거로는 부족하다.
5) 민사소송법 제20조는 "부동산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부동산이 있는 곳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에 관한 소의 특별재판적을 인정하는 규정이다. 민법 제217조 제1항에 기한 생활방해 금지청구의 소 역시 부동산에 관한 소의 일종으로 위 규정의 적용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사소송법 제20조가 위와 같이 부동산 소재지 법원에 특별재판적을 인정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소재지에 계쟁물인 부동산 자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등기부도 그곳에 있어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이 심리하는 것이 증거조사에 편리하고 관계인의 출석 등에도 용이하기 때문인데 이 사건 소로 방류금지를 구하는 대상물과 그 관련 시설은 모두 일본국 내에 존재하는 점, 우리나라에 토지를 소유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이 그러한 사실에 기하여 다른 나라에 소재한 토지로부터 발생한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발생하는 생활방해에 대한 금지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경우에 민사소송법 제20조에 따른 특별재판적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본다면, 우리나라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무제한적으로 확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민법 제217조 제1항을 이 사건 소의 청구원인 중 하나로 주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제1심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고 볼 수 없다(나아가 살피건대,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및 김해시에 소재하는 원고들 소유 토지와 일본국 후쿠시마현에 소재하는 피고 소유의 토지가 민법 제217조 제1항에 규정된 ‘이웃 토지’라고 보기도 어렵다).
6)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조약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동일하게 발효되어 시행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 법원이 일본국 법인인 피고에게 재판권을 행사하더라도 피고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없고, 공평성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민사소송법이 법인인 피고의 주된 사무소, 영업소를 보통재판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적극적 당사자인 원고에게 피고의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법원에 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관할 배분에서 당사자의 공평에 부합하기 때문인바, 이 사건 각 조약이 한일 양국에서 공통으로 발효된 것과는 무관하게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국제재판관할에서도 피고의 주된 사무소, 영업소가 소재하는 일본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에 부합한다. 나아가 이 사건 각 조약은 우리나라와 일본국이 국제법 주체의 지위에서 체결한 다자조약으로, 위 각 조약을 근거로 어느 체약당사국의 국민이 직접 다른 체약당사국의 국민을 상대로 금지청구 등의 구제조치를 구할 수 있는 권리를 창설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체약당사국 법원에 그와 같은 소가 제기되었을 경우 그 법원이 당해 분쟁에 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범으로 볼 수 없다.
7) 원고는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 및 1982년 12월 10일 자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 제11부 이행에 관한 협정(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이하 ‘해양법협약’이라 한다)" 제56조, 제73조 제1호, 제229조 등에 따라 이 사건 소에 관한 국제재판관할권이 우리나라 법원에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해양법협약 제56조는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를 규정하고 있고, 제73조 제1호는 연안국이 위와 같은 주권적 권리 행사의 일환으로 배타적경제수역에 무단 침입한 외국 선박 등을 검색, 나포 및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이며, 제229조는 해양환경 오염으로 인한 손해에 관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일 뿐, 위 조약 어디에도 이 사건 소와 같은 금지청구의 소의 국제재판관할권 분배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8) 그 밖에 원고들은, 이 사건 물질의 방류(투기)행위가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권 및 생명권과 관련된 문제인 점, 만약 우리나라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원고들의 헌법상 권리인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1심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권 및 생명권과 관련된 문제라고 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우리나라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확장할 수는 없고, 그 경우에도 앞서 본 것과 같은 당사자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판결의 실효성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 사건에서 실질적 관련성 유무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점, 헌법 제27조에 정한 재판받을 권리는 ‘반드시 모든 사건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제사법에 정한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 및 법리가 규율하는 바에 따라 우리나라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는 사건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국제재판관할권이 없는 법원에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여 이를 모두 각하할 것인데, 제1심법원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목록: 생략
[별 지 2] 이 사건 각 조약의 주요 규정: 생략
판사 김주호(재판장) 박원근 김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