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두60776 | 일반행정 대법원 | 2025.05.29 | 판결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공신 담당변호사 김화섭 외 1인)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담당변호사 배준익)
서울고법 2022. 9. 15. 선고 2021누74756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준비서면과 참고서면의 각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라는 상호로 화장품 원료를 수입하여 화장품 제조회사에 납품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자로서 2020. 12. 7. 피고에게 CBD Isolate(Cannabidiol)(이하 ‘이 사건 쟁점 수입품’이라 한다)에 대한 표준통관예정보고 신청을 하였다.
나. 피고는 2021. 8. 10. 원고에게 ‘대마의 성숙한 줄기에서 분리정제(isolate)한 CBD는 대마에 해당하여 수입 및 소지 등이 금지되므로, 화장품법 제8조 제1항 및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3조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원료[「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이라 한다) 제2조에 따른 마약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표준통관예정보고 발급이 불가함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쟁점 수입품이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마’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가. 대마를 규제하고 처벌하는 이유는 대마 속에 함유된 환각성분의 본체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켜 공공복리의 증진을 도모하는 것이다.
나. 그런데 이 사건 쟁점 수입품에는 환각성분의 본체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성분은 검출되지도 아니한 것으로 보이고,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이 거의 없어 규제 필요성이 적은 대마초의 종자·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 부분(이하 ‘대마 제외 부분’이라 한다)을 제외한 ‘나머지 대마초 부분’ 또는 대마초 전부에 분포하고 있는 ‘수지’에 해당한다거나 그로부터 추출·제조된 제품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설령 이 사건 쟁점 수입품이 수지에서 추출·제조된 것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규정형식에 비추어 볼 때 대마초 수지가 대마 제외 부분에서 나온 것이라면 대마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우선, 마약류관리법령은 대마의 주요성분을 칸나비놀(Cannabinol, 이하 ‘CBN’이라 한다),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Δ9-Tetrahydrocannabinol, 이하 ‘THC’라 한다), 칸나비디올(Cannabidiol, 이하 ‘CBD’라 한다)로 보고, 이를 규제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다)목은 같은 호 (가)목(대마초와 그 수지) 또는 (나)목(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에 규정된 것과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대마’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마련된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4항 [별표 7의2]는 위 화학적 합성품을 CBN, THC, CBD와 그 염 및 이성체 또는 이성체의 염으로 정하고 있다.
2) 위 시행령 조항은 2016. 11. 1. 대통령령 제27573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되었는데, 이는 대마의 정의에 (가)목(대마초와 그 수지) 또는 (나)목(대마초와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에 규정된 것과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이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으로 마약류관리법이 2016. 2. 3. 법률 제14019호로 개정됨에 따라 대마 관련 화학적 합성품의 내용을 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다)목은 종전 ‘대마’의 정의규정에 인공적으로 만든 대마 성분이 ‘대마’에 포함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법 해석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이유로 천연 물질과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을 정의규정에 명시하여 천연 물질만 마약류관리법의 규제대상으로 오인될 소지를 제거하고 규제대상인 대마의 정의를 명확히 한다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3) 따라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제4항 [별표 7의2]가 대마초와 그 수지 또는 이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과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을 대마에서 검출되는 수많은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 중 ‘CBN, THC, CBD와 그 염 및 이성체 또는 이성체의 염’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대마의 칸나비노이드 중 그 오남용으로 인해 보건상의 위해가 초래될 수 있는 주요성분을 CBN, THC, CBD로 보고 이를 규제대상으로 삼기 위한 것이다.
나. 또한,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항 단서에서 ‘대마초의 종자·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을 대마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여기에서 추출·제조된 CBD 등 대마 주요성분까지도 ‘대마’에서 제외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1) 대마를 습관성의약품으로 규율하던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이 1973. 3. 13. 법률 제2613호로 개정되면서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 및 그 제품’을 습관성의약품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였고(제2조 제1항 제2호 단서), 1976. 4. 7. 법률 제2895호로 제정된 대마관리법에서 ‘대마초의 종자·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을 ‘대마’에서 제외한다고 규정(제2조 제1항 단서)함과 동시에 섬유 또는 종자를 채취할 목적으로만 대마를 재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제2조 제2항). 그 후 마약류관리법도 이와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2) 대마를 규율하던 특별법의 입법 목적은 모두 대마 등의 오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 등으로, 그 각 입법배경도 대마 등의 흡연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대마초의 종자·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을 ‘대마’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은 통상적으로 환각성분이 인체에 유해한 정도로 함유되어 있지 아니하여 오남용의 위험성이 적은 반면, 섬유 또는 종자 채취의 용도로 활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임을 알 수 있고, 여기에서 CBD 등 대마의 주요성분을 대마에서 제외하고자 한 의도는 찾아볼 수 없다.
3) 만약 마약류관리법령의 해석상 대마 제외 부분에서 추출한 CBD를 대마 제외 부분에서 추출되었다는 이유로 ‘대마’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대마 제외 부분에서 추출한 THC 역시 같은 이유로 ‘대마’에서 제외된다는 것으로, 이는 대마의 남용에 의한 보건상의 위해 방지라는 마약류관리법령의 입법 목적에 반하게 된다.
다.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다)목,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4항 [별표 7의2]에 의할 때, CBD는 그 자체로 ‘대마’에 해당하므로, 고농도의 CBD에 해당하는 이 사건 쟁점 수입품은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다)목의 ‘대마’에 해당한다.
1)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다)목은 ‘(가)목 또는 (나)목에 규정된 것과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을 ‘대마’로 정의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4항 [별표 7의2]는 위 ‘화학적 합성품’을 ‘CBN, THC, CBD와 그 염 및 이성체 또는 이성체의 염’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CBN, THC, CBD’는 그 자체로 법령상 ‘화학적 합성품’으로 규율되고 있다. 따라서 그 문언에 의할 때 (가)목 또는 (나)목에 규정된 것과 동일한 성분을 갖고 있는 ‘화학적 합성품’ 그 자체가 ‘CBN, THC, CBD’라는 것이므로, 그것이 화학적 합성의 방법에 의하여 제조된 것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CBD는 그 자체로 ‘화학적 합성품’으로서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다)목에 의하여 ‘대마’에 해당한다.
2)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다)목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4항 [별표 7의2]는 CBN, THC, CBD 등 성분 그 자체로 ‘대마’에 해당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단서는 대마 제외 부분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제외하고 있는 취지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섬유 또는 종자 채취의 목적이라 할 것이므로, ‘대마’에서 제외되는 ‘대마초의 종자·뿌리,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대마초’의 물리적 일부분 및 이를 가공한 제품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대마 제외 부분에서 대마의 주요 칸나비노이드가 추출되었다면 그 성분 자체로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 (다)목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4호 [별표 7의2]에 의하여 ‘대마’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한편 UN 마약위원회(Commission on Narcotic Drugs, CND)도 CBD 제제를 국제적인 통제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이를 표결에 부친 바 있으나, 이에 대하여 압도적으로 부결함으로써 여전히 CBD 제제는 국제협약상 마약류로 통제되고 있다.
마. 결국 현행 마약류관리법령의 해석상 이 사건 쟁점 수입품은 ‘대마’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CBD의 의학적, 상업적 효용가치로 인해 이를 마약류에서 제외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입법 영역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이다.
바.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마약류관리법 제2조 제4호에서 규정한 ‘대마’의 정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이흥구 노경필 이숙연(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