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다283401 | 민사 대법원 | 2025.03.27 | 판결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필)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철수 외 1인)
춘천지법 2023. 9. 14. 선고 2023나30007 판결
원심판결 중 위자료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각 분묘는 원고의 조부모인 소외 1과 소외 2, 원고의 부친인 소외 3과 그의 배우자 소외 4의 분묘이다. 소외 3은 소외 4와 사이에 장남 소외 5, 차남 소외 6을 두었고, 두 번째 배우자인 소외 7과 사이에 소외 8과 원고를 두었다.
나. 소외 9와 피고 2는 2018. 7. 23. 소외 5의 장남이자 종손인 소외 10으로부터 묘지이장 이행각서를 받고, 2018. 10. 3. 이 사건 각 분묘를 파헤치고 그 안에 안치된 망인들의 유골 4구를 꺼내 그 자리에서 양철통에 담은 후 가스분사기를 이용하여 불에 태운 다음 분묘 입구 쪽 땅에 묻었다.
다. 소외 9는 2019. 9. 5. 사망하였고, 모친인 피고 1이 단독상속인이다. 피고 2는 2020. 5. 28. 분묘발굴유골손괴죄 및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았고(춘천지방법원 2019고단1236)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분묘의 관리처분권자인 제사주재자는 원고가 아니라 종손인 소외 10이므로, 원고에게 피고들의 분묘와 유골 훼손 행위에 관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이 이 사건 각 분묘의 관리처분권자인 제사주재자는 종손인 소외 10이고 원고가 아니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분묘와 유골을 훼손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묘지조성비와 대체묘지구입비 상당의 손해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한 판단은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았을 때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가 제사주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에게 위자료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분묘를 발굴하거나 유체·유골을 훼손하는 행위가 있었고 그러한 행위가 어떤 사람의 추모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사람은 분묘를 발굴하거나 유체·유골을 훼손한 사람을 상대로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분묘의 관리처분권자인 제사주재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분묘 발굴, 유체·유골 훼손 행위가 어떤 사람의 추모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였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그 행위자가 분묘 발굴 또는 유체·유골의 처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분묘 발굴 또는 유체·유골의 처리가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추모감정 등의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과 망인 사이의 친족관계 또는 생전 생활관계, 평소 분묘 등의 관리상황, 분묘나 유체·유골의 손상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판결의 이유를 살펴본다.
1) 이 사건 각 분묘에 안치된 망인들 중 소외 3은 원고의 부친이고, 소외 1, 소외 2는 원고의 조부모이다. 원고는 이 사건 각 분묘를 벌초하고 제사를 봉행하면서 실질적으로 관리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제사주재자인 소외 10이 이 사건 각 분묘를 실제 관리하였다는 사정은 드러나지 않는다. 소외 9와 피고 2는 이 사건 각 분묘가 있던 임야를 개발할 목적으로 제사주재자로부터 임야 소유자가 이장을 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묘지이장 이행각서를 받은 다음 이 사건 각 분묘를 발굴하였다. 소외 9와 피고 2는 망인들의 유골을 꺼내 한꺼번에 양철통에 담아 불로 태운 다음 이를 땅에 묻었고 이로써 망인들의 유골이 소실되거나 혼재되어 구분이 불가능하게 되는 등의 불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소외 9와 피고 2는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유골을 처리하여 훼손하였고 이로 인해 망인들의 자녀 또는 손자녀이자 이 사건 각 분묘를 실제로 관리해 온 원고는 추모감정 등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어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피고들에 대하여 위자료 청구권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
2)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소외 9와 피고 2의 유골 훼손 행위와 관련한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들의 행위가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한 다음 원고의 위자료 청구 인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원고가 이 사건 각 분묘의 관리처분권을 가지는 제사주재자가 아니므로 위자료 청구도 인정될 수 없다고 단정하고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유골 훼손 행위에 따른 위자료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위자료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오경미(주심) 박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