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다215375 | 민사 대법원 | 2025.03.13 | 판결
○○○증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외 1인)
△△△자산운용 주식회사 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외 2인)
서울고법 2024. 1. 26. 선고 2023나2008554, 2008561 판결
원심판결의 본소 중 미수금 청구 부분 및 반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의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 △△△자산운용 주식회사(이하 ‘피고 △△△자산운용’이라 한다)는 2019. 5. 28.부터 2020. 2. 3.까지 순차로 투자신탁 형식의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인 이 사건 펀드를 설정하고, 그 투자신탁재산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에 따른 신탁업자인 나머지 피고들에게 신탁하여 운용하였다.
나. 피고들은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자인 원고 명의로 해외 파생상품 거래를 하기 위해 원고와「해외 파생상품 시장거래 총괄계좌 설정약관」(이하 ‘이 사건 약관’이라 한다)에 의한 계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하였다. 원고는 피고 △△△자산운용에 「해외 파생상품 거래 위험고지서 및 거래설명서」(이하 ‘이 사건 설명서’라 한다)를 교부하였다.
다.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1항은 고객의 귀책사유나 원고에게 책임이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고객이 위탁증거금의 추가예탁요구를 통보받고도 지정된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미결제약정의 반대매매를 하도록 정하였다. 같은 조 제2항은 "회사(원고)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장중에 시세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하여 고객의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에는 위탁증거금의 추가 예탁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필요한 수량만큼 미결제약정을 반대매매하고 예탁한 대용증권을 처분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2항을 ‘이 사건 약관 조항’이라 한다).
라. 피고 △△△자산운용은 고유재산 및 이 사건 펀드의 투자신탁재산을 주로 오사카 증권거래소의 장내 파생상품인 ‘Nikkei 225 Index’(이하 ‘니케이 지수’라 한다)의 풋옵션(이하 ‘니케이 풋옵션’이라 한다)에 투자하였다. 니케이 지수는 2020. 2. 하순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2020. 2. 28. 약 3.67% 하락하였고, 다수의 풋옵션 매도 포지션을 취하던 이 사건 계좌의 자산평가액도 급격히 하락하였다.
마. 결국 원고는 이 사건 계좌에 관한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에 미달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약관 조항에 근거하여 2020. 2. 29. 00:00경부터 같은 날 05:30경까지 피고들에게 위탁증거금의 추가예탁요구를 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계좌의 니케이 풋옵션 등을 반대매매로 청산하였다(이하 ‘이 사건 반대매매’라 한다).
바. 원고의 본소청구 중 미수금 청구는 피고들에 대해 이 사건 약관 제14조 제3항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반대매매 과정에서 대신하여 납부한 결제대금과 미납수수료에 이자를 더한 금액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다(원고는 원심판결의 본소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지 않았다).
사. 피고들은 이 사건 반대매매 실행이 위법하다며 위 본소청구를 다투는 한편, 위법한 이 사건 반대매매로 인해 이 사건 계좌에 보유하고 있었던 예탁금 상당액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반소청구로서 원고를 상대로 자본시장법 제64조 제1항 또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및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약관 조항에 기한 이 사건 반대매매를 위법하다고 보았다.
가.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한 반대매매는 자본시장법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일임매매에 해당하고, 자본시장법 제71조 제6호 단서, 제7조 제4항 및 그 위임에 따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자본시장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7조 제3항 제3호 등에 의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일임매매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자본시장법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이고, 이 사건 반대매매는 법률적 근거 없이 실행된 것이다.
나. 이 사건 설명서의 내용과 반대매매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유럽형 옵션인 니케이 풋옵션에 이 사건 약관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한 반대매매 실행의 요건인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에서 ‘평가위탁총액’은 옵션의 실시간 가격 변동을 반영하지 않고 산정해야 하고, 이에 따르면 이 사건 반대매매는 해당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실행된 것이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한 반대매매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데, 이 사건 반대매매를 실시할 때 그 주의의무 등을 다하지 않았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이 사건 약관 조항의 무효 여부
1) 자본시장법 제71조 제6호는 투자중개업자가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판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투자자별로 구분하여 금융투자상품을 취득·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운용하는 행위(이하 ‘일임매매 행위’라 한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다만 투자일임업으로 행하는 경우, 자본시장법 제7조 제4항 및 그 위임에 따른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7조 제3항 제3호에 의하여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따른 결제나 증거금의 추가 예탁 또는 자본시장법 제72조에 따른 신용공여와 관련한 담보비율 유지의무나 상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투자중개업자가 투자자로부터 따로 대가 없이 약관 등에 따라 금융투자상품의 매도권한(파생상품인 경우에는 이미 매도한 파생상품의 매수권한을 포함한다)을 일임받아 그 금융투자상품을 취득·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운용하는 행위 등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투자자가 파생상품 거래를 하기 위해 투자중개업자와 체결한 계좌설정계약의 약관 등에서 장중 시세의 급격한 변동으로 투자자의 파생상품 등 보유자산 가액이 일정 증거금 수준에 미달한 경우 투자중개업자로 하여금 투자자의 파생상품 등에 관한 반대거래(이하 ‘장중 반대매매’라 한다)를 통해 청산할 수 있게 정하였다면, 그와 같은 거래행위는 파생상품 등의 취득·처분에 관한 수량, 가격 및 시기 등에 관한 투자판단을 투자자로부터 일임받아 그에 관한 취득·처분 등의 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자본시장법 제71조 제6호에서 규정하는 일임매매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나 법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약관 등에 의하여 자신이 보유한 파생상품 등에 관한 반대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투자자는 파생상품 등 보유자산 가액이 일정 증거금 수준에 미달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장중에 시세가 급격히 변동하여 일정 증거금 수준에 미달하게 된 경우에는 투자중개업자로부터 추가예탁요구를 받지 않더라도 부족분을 만회할 수 있도록 지체 없이 추가 예탁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투자중개업자의 ‘장중 반대매매’ 행위는 투자자가 파생상품 등 거래에 따른 증거금의 추가 예탁을 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경우에 투자자로부터 파생상품 등의 매도와 매수권한을 일임받아 그 파생상품 등을 거래한 것이므로, 자본시장법 제7조 제4항 및 그 위임에 따른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7조 제3항 제3호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일임매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장중에 시세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하여 고객의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에는 위탁증거금의 추가 예탁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필요한 수량만큼 미결제약정을 반대매매하고 예탁한 대용증권을 처분할 수 있다."라고 정하여 장중 시세의 급격한 변동으로 투자자인 피고들의 파생상품 등 보유자산 가액이 위탁증거금의 20%에 미달하게 되면 투자중개업자인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계좌의 파생상품 등에 관하여 장중 반대매매를 통해 청산할 수 있게 하였다.
피고들은 이 사건 계좌를 통해 투자한 파생상품인 니케이 풋옵션의 평가금액을 포함한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에 미달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그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원고의 추가예탁요구가 없더라도 지체 없이 추가 예탁을 해야 한다. 만약 피고들의 추가 예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원고가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한 장중 반대매매를 실행하여 피고들의 파생상품 등 거래를 청산할 수 있다.
3) 따라서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한 장중 반대매매는 자본시장법 규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일임매매에 해당하고, 이 사건 약관 조항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나. 유럽형 옵션인 니케이 풋옵션이 이 사건 약관 조항의 적용대상인지 여부
1) 파생상품에는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이자율·지표·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 등을 장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인 선도(forward)와 선도를 표준화하여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선물(future, 이하 ‘협의의 선물’이라 한다), 당사자 어느 한쪽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이자율·지표·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 등을 수수하는 거래를 성립시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약정하는 계약인 옵션(option) 등이 있다(자본시장법 제5조 제1항 제1호, 제2호). 옵션은 권리 행사 가능 시기에 따라 만기에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럽형 옵션과 만기 전에도 언제든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미국형 옵션으로 나눌 수 있다. 유럽형 옵션의 경우 만기에 이르러야 옵션이 정한 거래를 성립시키는 권리가 행사될 수 있으므로, 만기 도래 전에는 거래 당사자의 결제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럽형 옵션의 만기 도래 전이라도 급격한 시세의 변동으로 만기에 투자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그에 비해 투자자의 위탁증거금 액수는 결제예상금액에 크게 미달하는 등으로 만기 시점의 결제불이행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커졌을 경우 투자중개업자는 결제불이행 위험의 현실화 및 더 큰 손실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하여 장중 반대매매에 관한 약관을 둘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피고들이 투자한 니케이 풋옵션은 대체로 만기가 2020. 3. 12.이었고, 그 만기가 도래하였을 때 옵션 매수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럽형 옵션이다. 원고가 이 사건 약관에 따라 이 사건 반대매매를 실행한 시점은 니케이 풋옵션 만기 전이므로 옵션 매수자의 권리 행사에 따른 결제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니케이 풋옵션과 같은 유럽형 옵션의 경우에도 만기 시점의 결제불이행 위험이 급증하고 더 큰 투자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장중 반매매매 조치를 취하게 할 필요가 있으므로, 원고는 유럽형 옵션에 대해서도 장중 반대매매를 허용하는 약관을 둘 수 있다.
나) 이 사건 약관은 투자자가 원고를 통하여 원고의 명의로 해외 파생상품 시장거래를 함에 필요한 사항을 사전에 약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이 사건 약관 제1조). 이 사건 약관 조항이 반대매매의 대상으로 정한 미결제약정은 ‘새로운 매수 또는 매도로 보유한 약정을 각각 매도 또는 매수거래로 소멸시키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약정’을 의미한다(이 사건 약관 제2조 제4호). 이 사건 약관은 해외 파생상품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그 적용대상에 유럽형 옵션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 원고가 해외 파생상품 거래의 위험 등을 설명하고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목적으로 피고 측에게 교부한 이 사건 설명서 중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한 장중 반대매매에 대해 설명한 부분에서는 "해외선물은 가격변동성이 높고 위탁증거금이 낮아 장중에 미수발생 가능성이 있다."라고 하면서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한 장중 반대매매가 실행될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설명 부분에 ‘(해외)선물’이라고만 기재되어 있더라도 유럽형 옵션인 니케이 풋옵션을 비롯한 ‘(해외)옵션’을 장중 반대매매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
(1) ‘선물’이라는 용어는 ‘옵션’과 구별하여 기초자산이나 기초자산의 가격·이자율·지표·단위 또는 이를 기초로 하는 지수 등에 의하여 산출된 금전 등을 장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인 선도를 표준화하여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협의의 선물)을 칭할 때 사용되지만, 경우에 따라 협의의 선물과 옵션을 포괄하는 파생상품을 가리킬 때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구 선물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3조 제1호는 ‘협의의 선물’과 ‘옵션’거래를 통틀어서 ‘선물’거래로 정의하였고,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설치된 증권‘선물’위원회는 파생상품 중 ‘협의의 선물’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옵션’을 포함하여 파생상품 전반에 대한 불공정거래에 관한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2) 이 사건 약관에서도 ‘(해외)옵션’을 포함하는 해외 파생상품을 통틀어 칭할 때 ‘(해외)선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약관 제9조는 고객이 신규주문을 위탁할 때에 사전에 위탁증거금을 예탁하도록 하고, 제10조는 평가예탁총액이 원고가 설정한 유지증거금 수준보다 낮은 경우 일정한 시한 이전에 위탁증거금을 추가 예탁하도록 정하였다. 이와 같은 위탁증거금 신규 내지 추가 예탁과 관련하여 위 약관의 별첨 제1항과 제2항에서는 ‘(해외)선물’ 위탁증거금, ‘(해외)선물’ 추가증거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그 예탁은 파생상품 중 ‘협의의 선물’ 거래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옵션’을 포함한 해외 파생상품 전반을 대상으로 한 거래를 하기 위해 이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 약관 제12조는 투자자가 일정 시한까지 결제대금을 납입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였는데, 그 약관의 별첨 제3항에서도 ‘(해외)선물’ 결제대금 납입시한이라고 정하였지만, 이 역시 파생상품 중 ‘협의의 선물’ 거래뿐 아니라 ‘옵션’을 포함한 파생상품 전반에 관한 거래에서 결제대금을 납입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이 사건 약관에서 사용한 ‘(해외)선물’이라는 용어가 파생상품 중 ‘협의의 선물’만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파생상품 중 ‘협의의 선물’뿐 아니라 ‘옵션’을 포함하여 파생상품 전반에 관한 매매의 위탁과 관련하여 투자자의 결제이행을 보증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위탁증거금의 예탁과 관련한 조항은 ‘옵션’거래에 적용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평균적인 투자자가 이해하고 있는 내용과 상반되고, 약관의 전체적인 논리적 맥락 속에서 갖는 의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3) 파생상품 중 ‘협의의 선물’ 거래에 대하여 매 거래일마다 보유하고 있는 미결제약정 및 당일에 체결된 모든 거래를 선물정산가격으로 평가하여 수수하는 이른바 ‘일일정산’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는 장 종료 후 일정 시점(이 사건의 경우 08~09시)에 정산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협의의 선물’의 경우에도 장중에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결제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되어 미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장 종료 후 일일정산을 거친 다음에 비로소 미수가 발생할 수 있을 뿐이다.
더욱이 만기 전에도 언제든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미국형 옵션의 경우에는 장중에 옵션 매수자의 권리 행사로 인하여 결제불이행 위험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미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협의의 선물’과 마찬가지로 장중 반대매매에 관한 약관을 둘 필요성이 크다.
(4) 결국 이 사건 설명서의 내용 중 장중 반대매매의 이유를 설명하는 "해외선물은 장중에 미수발생 가능성이 있다."라는 부분은 ‘협의의 선물’에 대한 거래에 한정하여 장중 반대매매가 실행될 수 있음을 안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중에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결제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되거나 크게 증가할 수 있는 ‘(해외)선물’ 및 ‘(해외)옵션’ 거래 모두를 대상으로 원고가 위험의 현실화에 대비하기 위하여 장중 반대매매를 실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3) 따라서 유럽형 옵션인 니케이 풋옵션 역시 이 사건 약관 조항에 기한 장중 반대매매의 대상이 된다.
다.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한 장중 반대매매 실행 요건 충족 여부
1)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장중에 시세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하여 고객의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에 원고가 투자자에게 위탁증거금의 추가 예탁을 요구하지 않은 채로 반대매매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장중에’ 시세가 급격하게 변동하여 결제불이행 위험이 커졌을 때 그 위험이 현실화되거나 더 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원고에게 신속하게 반대매매를 실행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나) 이 사건 약관에는 ‘평가위탁총액’의 의미와 산정 방법을 명시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건 설명서는 장중 반대매매 실행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평가위탁총액’이 아니라 ‘평가예탁총액’ 또는 ‘예탁자산평가액’이라는 용어를 혼용하면서 이 사건 계좌의 예탁금을 ‘예탁자산평가액’으로 실시간 관리한다고 설명하고 고객의 예탁자산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손실액이 과다할 경우에 반대매매로 처분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리고 이 사건 약관 제2조 제5호는 ‘평가예탁총액’을 고객의 계좌에 남아 있는 현금, 대용증권의 평가금액 및 미결제약정의 평가금액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약관 조항의 취지와 이 사건 설명서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약관 조항의 ‘평가위탁총액’은 ‘평가예탁총액’과 동일하게 투자자의 계좌에 남아 있는 현금, 대용증권의 평가금액과 미결제약정의 평가금액을 합산한 금액을 의미하고, 그중 미결제약정의 평가금액은 피고들이 보유한 파생상품의 시세 변동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
다) 이처럼 원고가 이 사건 반대매매를 실행하였을 무렵에 피고들이 투자한 니케이 풋옵션 등의 실시간 시세 변동을 반영하여 평가위탁총액을 산정하면 그 금액이 위탁증거금의 20% 미만으로 하락한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 따라서 이 사건 반대매매 당시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한 장중 반대매매 실행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라. 원고가 이 사건 반대매매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등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1) 투자중개업자는 자본시장법 제37조 제1항에 의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투자중개업을 영위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 의무를 위반하거나 업무를 소홀히 하여 투자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자본시장법 제64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투자중개업자가 투자자의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한 증거금이 부족할 경우에 투자자의 파생상품 등을 청산할 권한을 일임받아 이를 실행하는 경우에도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를 다하여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50312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투자중개업자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파생상품의 급격한 평가가치 하락의 원인과 가격 전망, 증거금 부족액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실행한 처분 규모, 반대매매 실행 당시 시장 상황과 주문 방식, 급격한 가격 변동과 반대매매 실행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전문가인 투자중개업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투자중개업자가 전문가라 하더라도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파생상품의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반대매매 대상이 된 파생상품의 가격이 하락 또는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하여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래 기회가 있음을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후적으로 실제 반대매매 결과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반대매매를 할 기회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피고들은 고유재산 내지 이 사건 펀드의 투자신탁재산을 주로 니케이 지수의 풋옵션에 투자하면서, 행사가격이 기초자산의 지수보다 낮은 풋옵션을 매도하여 수취한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올리고 매도한 풋옵션의 행사가격보다 높은 행사가격의 풋옵션을 매수하여 위험을 헤지(hedge)하는 방식의 투자 전략을 취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들은 니케이 지수가 일정 범위 내에 있을 때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게 되지만, 니케이 지수가 예상 외로 급락하는 경우에는 매우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니케이 지수는 2020. 2. 하순부터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 사건 반대매매 실행 직전인 2020. 2. 28. 급락하였고, 피고들이 투자한 니케이 풋옵션의 평가가치도 크게 하락하여 결국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에 미달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풋옵션 평가가치 하락의 주된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사건 반대매매가 실행될 무렵인 2020. 2. 28. 야간 및 2020. 2. 29. 새벽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려로 미국 주식시장의 주요 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이 풋옵션 평가가치 급락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와 같은 전문가라 하더라도 니케이 지수 및 니케이 풋옵션 평가가치 하락 현상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신속하게 반대매매를 실행하지 않을 경우 더 큰 투자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 이 사건 약관 조항은 반대매매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도 필요한 수량만큼 반대매매를 실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장중 시세의 급격한 변동으로 투자자의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에 미달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므로, 반대매매를 허용하는 범위는 ‘평가위탁총액을 위탁증거금의 20% 이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수량’만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계좌의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에 미달하게 되자 원고가 상당 시간에 걸쳐서 이 사건 반대매매를 실행하는 동안 평가위탁총액 미달 상황은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필요한 수량을 초과하는 반대매매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고가 이 사건 반대매매를 실행할 무렵에는 야간시장이 개장되어 그 거래량이 정규시장에 비해 작았기 때문에 원고의 반대매매가 단기간에 대량으로 이루어질 경우에는 거래가격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원고에 의한 이 사건 반대매매가 정규시장에서 이루어진 것과 비교하여 파생상품의 처분가격을 왜곡하는 등으로 비정상적인 영향을 주어서 피고들에게 추가 손실을 입게 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없다.
나아가 반대매매를 위한 주문 방식에는 처분 시점에서 가장 유리한 가격조건 또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즉시 매매거래를 하는 ‘시장가’ 주문과 일정한 금액을 지정하여 주문을 하는 ‘지정가’ 주문이 있는데, 원고는 대량의 시장가 주문이 손실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5시간이 넘은 시간 동안 주문 내역과 가격 변동 추이를 살피면서 ‘지정가’ 주문을 하는 방식으로 반대매매를 실행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의 반대매매 주문 방식에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원고는 장중 반대매매의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증가하자 2020. 2. 28. 저녁 피고 △△△자산운용 측 담당자에게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한 반대매매가 실행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렸고, 그 담당자는 반대매매의 요건이 충족하지 않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하였다.
또한 원고는 피고들에게 장중 가격의 변동으로 위험도가 점차 증가하여 반대매매 실행의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그 위험도 증가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3)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반대매매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등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마. 소결론
원심은 이 사건 약관 조항에 기한 이 사건 반대매매는 자본시장법이 허용하는 일임매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가 이 사건 반대매매를 실행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자본시장법이 허용하는 일임매매의 범위, 이 사건 약관 조항의 적용대상과 그 조항에 의한 장중 반대매매 요건의 충족 여부, 반대매매에 관한 투자중개업자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파기의 범위
원고의 본소 중 미수금 청구 부분과 피고들의 반소 중 자본시장법 제64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 앞에서 본 것과 같은 잘못이 있는 이상, 원심판결 본소 중 미수금 청구 부분과 위 반소청구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또한 원심이 일부 인용한 자본시장법 제64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전부 파기하는 이상 이와 선택적 병합관계에 있는 다른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의 대상이 된다. 결국 원심판결의 본소 중 미수금 청구 부분 및 반소에 관한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 및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의 본소 중 미수금 청구 부분 및 반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경필(재판장) 노태악 서경환(주심) 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