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도2071 | 형사 대법원 | 2024.12.24 | 판결
피고인 1 외 1인
피고인들 및 검사
법무법인 이공 외 1인
서울중앙지법 2022. 1. 21. 선고 2020노2657 판결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유죄 부분 제외)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관하여 상고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2.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피고인들이 사용·보관하던 휴대전화들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판단
1) 관련 법리
가) 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구 형사소송법(2022. 2. 3. 법률 제187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19조, 제118조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압수·수색영장은 현장에서 처분을 받는 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그들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영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에 착수하면서 그 장소의 관리책임자에게 영장을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를 압수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사람에게 따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등 참조). 압수·수색이 정보저장매체에 대하여 이루어질 때 그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이를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구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받는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대법원 2011. 5. 26. 자 2009모1190 결정,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이와 같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절차 과정에서 처분을 받는 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의사능력이 있는 한 미성년자에게 영장이 반드시 제시되어야 하고, 그 친권자에 대한 영장제시로 이를 갈음할 수 없다. 또한 의사능력이 있는 미성년자나 그 변호인에게 압수·수색영장 집행 절차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고, 그 친권자에게 참여의 기회가 보장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압수·수색이 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 형사소송법이 헌법 제12조에서 선언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을 이어받아 압수·수색절차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마련한 구체적 기준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의 지시·요청에 따라 사인(私人)이 자기 외의 제3자가 지배·관리하는 물건을 취거하여 수사기관에 전달하는 등으로 수사기관이 직접 하였다면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이러한 사인의 행위가 오로지 자기의 이익이나 목적 추구를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수사기관이 해당 물건의 실제 점유자가 제3자임을 미처 인식·예견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수사기관이 사인을 이용하여 강제처분을 하였다고 보아,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영장의 제시, 참여권의 보장 등 절차의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
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도13611 판결,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경찰은 ‘피의자 공소외인이 2017. 3.경부터 2018. 3.경까지 ○○여자고등학교 정기고사 출제 문제 및 정답을 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딸인 피고인들에게 유출하여 위 고등학교의 정기고사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의 업무방해 등 혐의사실을 수사하면서, 2018. 9. 4. ‘압수할 물건’에 ‘참고인인 피고인들이 실제 사용·보관 중인 휴대전화’가 포함되어 있고 ‘수색·검증할 장소’가 ‘위 고등학교 교장실, 교무실’로 기재된 압수·수색·검증영장(이하 ‘이 사건 영장’이라 한다)을 발부받았다.
나) 경찰은 2018. 9. 5. 위 고등학교 교장실에서 이 사건 영장 집행에 착수하고 피고인들의 아버지인 공소외인에게 이 사건 영장을 제시하였다. 공소외인은 피고인들(각 16세)로부터 피고인들이 사용하거나 보관 중인 그 소유 휴대전화 4대(이하 통틀어 ‘이 사건 휴대전화’라 한다)를 인도받아 경찰에 제출하였다.
다) 경찰은 위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휴대전화를 압수하면서, 공소외인을 이 사건 휴대전화의 피압수자인 소지자·제출자로 보아 압수조서를 작성하고, 공소외인은 참여인으로서 위 압수조서에 서명하였다. 경찰은 공소외인에게 이 사건 휴대전화 반출 후의 탐색·복제·출력 등 과정 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고지하면서 ‘전자정보 확인서(모바일기기 반출용)’를 작성하였고, 공소외인은 피압수자(제출자)의 지위에서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위 확인서에 표시하고 서명하였다.
라) 경찰은 이 사건 영장에 기초한 일련의 압수·수색의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영장을 제시하거나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가) 공소외인은 이 사건 영장 집행에 착수한 경찰로부터 영장을 제시받고 그 지시에 따라 피고인들로부터 이 사건 휴대전화의 점유를 이전받아 경찰에 제출하였다고 보인다. 이러한 공소외인의 행위는 경찰이 직접 하였다면 압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오로지 공소외인의 사적 이익이나 목적 추구를 위해 이루어졌다거나 경찰이 이 사건 휴대전화의 실제 점유자가 피고인들임을 인식·예견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경찰이 공소외인을 이용하여 이 사건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 등 강제처분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피고인들은 경찰에 이 사건 휴대전화를 제출할 당시 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경찰은 위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휴대전화를 압수함에 있어 ‘처분을 받는 자’로서 이 사건 영장 집행에 참여할 능력이 충분하였다고 보이는 피고인들에게 영장을 제시하였어야 하고, 공소외인이 친권자의 지위에서 피고인들의 이익을 위하여 영장을 제시받았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 사건 휴대전화를 압수하면서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 압수절차에는 구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8조를 위반하여 영장을 제시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휴대전화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전자정보 전반에 대해 관리처분권을 행사하고 있었고, 이 사건 영장 기재 범죄 혐의사실의 내용과 성질 등에 비추어 경찰이 이 사건 휴대전화와 그 전자정보에 대하여 한 압수·수색은 비단 이 사건 영장에 피의자로 기재된 공소외인 등의 범죄 혐의사실에 대한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범죄 혐의사실에 대한 수사의 일환으로 한 것에도 해당한다. 따라서 경찰은 피압수자인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휴대전화의 탐색·복제·출력 등 일련의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였어야 할 것인바, 그렇게 하지 않은 경찰의 압수·수색 절차는 위법하다. 그리고 경찰이 피고인들의 이익을 위하여 피고인들을 대신하여 친권자인 공소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압수자인 피고인들의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거나 압수·수색이 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
라) 이상에서 본 경찰의 절차 위반행위는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나 이에 기초하여 수집한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 또는 그 2차적 증거로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휴대전화와 그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가 적법하고, 설령 피고인들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휴대전화에 기초하여 수집된 증거들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인을 이용한 강제처분, 압수·수색영장의 제시, 정보저장매체와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있어서 참여권,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예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5) 다만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만으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다.
나. 제1심의 국민참여재판 관련 소송절차에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판단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참여재판법’이라 한다) 제8조 제4항,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3조의2 제1항, 제2항의 규정을 종합하면, 단독판사 관할사건이 재정합의결정으로 국민참여재판법이 정한 대상사건이 된 이후의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거나 첫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종전의 의사를 바꿀 수 없으나 그 전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단독판사 관할사건인 이 사건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야 비로소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통상의 공판절차로 진행한 제1심 소송절차에 위법이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원심판결 이유는 적절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법이 정한 대상사건이 아니므로, 제1심이 재정결정부에 기록을 회부하지 아니하기로 하면서 그 결정의 이유를 명시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통상의 공판절차로 진행한 소송절차에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단독판사 관할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피고인 의사의 확인절차와 재정결정부 불회부 제도, 형사소송법 제39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나머지 상고이유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의 특정과 석명의무, 증거재판주의, 포괄일죄, 전문수사자문위원과 그 수사절차 참여, 사병(詐病)에 관한 전문가 의견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석명의무를 위반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김상환(주심) 권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