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도10141 | 형사 대법원 | 2024.12.12 | 판결
피고인
검사
변호사 채종식
대전지법 2024. 6. 12. 선고 2023노999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2. 1. 6.경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서 알게 된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의에 따라 보이스피싱 조직이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여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기존 채무를 상환하면 대출이 가능하다거나 범죄에 연루되었으니 현금을 인출하라는 등의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들이 현금을 준비하여 기다리고 있으면, 피해자들을 만나 현금을 교부받은 다음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무통장입금을 하는 등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 범행에 가담하기로 하였다.
가. 대전지방법원 2022고단1729
1)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22. 1. 19.경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전화하여 대출과 관련하여 거짓말을 하였고, 피고인은 위 조직원과 순차 공모하여 같은 날 15:44경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3,000만 원을 건네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22. 1. 19.경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전화하여 본인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거짓말을 하였고, 피고인은 위 조직원과 순차 공모하여 같은 날 19:48경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630만 원을 건네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나. 대전지방법원 2022고단3387
1)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22. 1. 14.경 피해자 공소외 3에게 전화하여 대출과 관련하여 거짓말을 하였고, 피고인은 위 조직원과 순차 공모하여 2022. 1. 17. 17:20경 피해자 공소외 3으로부터 9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피고인은 2022. 1. 17.경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하여 그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사문서인 주식회사 페퍼저축은행 명의의 ‘대출 분납 증명서’ 1장을 전송받아 이를 출력하는 방법으로 위조하고, 그 위조 사실을 모르는 공소외 3에게 교부하여 행사하였다.
다. 대전지방법원 2022고단3481
1)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하여 2022. 1. 19.경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의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받은 현금 3,000만 원을 같은 날 성명불상의 여성전달책에게 전달하여 소재를 불명하게 함으로써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하였다.
2)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하여 2022. 1. 19.경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의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받은 현금 630만 원 중 자신의 수당 30만 원을 제외한 600만 원을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여 번호불상의 계좌로 100만 원씩 무통장 송금하여 마치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위 계좌명의인에게 송금하는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범죄수익의 취득 및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다.
라. 대전지방법원 2022고단3717
1)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22. 1. 6.경 피해자 공소외 4에게 전화하여 대출과 관련하여 거짓말을 하였고, 피고인은 위 조직원과 순차 공모하여 2022. 1. 12. 17:00경 피해자 공소외 4로부터 6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22. 1. 19.경 피해자 공소외 5에게 전화하여 본인의 계좌가 범죄와 연루된 것처럼 거짓말을 하였고, 피고인은 위 조직원과 순차 공모하여 피해자 공소외 5로부터 2022. 1. 20. 13:21경 1,700만 원, 같은 날 14:52경 570만 원을 각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3) 피고인은 2022. 1. 20.경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하여 그로부터 카카오톡으로 공문서인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금융범죄계좌추적민원서’ 1장을 전송받아 이를 출력하여 위조하고, 같은 날 13:21경 그 위조 사실을 모르는 공소외 5에게 교부하여 행사하였다.
4) 피고인은 2022. 1. 12.경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하여 공소외 4로부터 받은 600만 원 중 599만 원을 위 조직원이 지정한 공소외 6 명의 농협은행 계좌로 송금하면서 카카오톡으로 전달받은 공소외 7, 공소외 8,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의 각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송금인 정보로 입력하여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하고,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또는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였다.
5)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하여 위 4)항과 같은 방법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수익의 취득 및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였다.
마. 대전지방법원 2022고단4568
1)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022. 1. 12.경 피해자 공소외 13에게 전화하여 대출과 관련하여 거짓말을 하였고, 피고인은 위 조직원과 순차 공모하여 2022. 1. 14.경 피해자 공소외 13으로부터 1,819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피고인은 2022. 1. 12.경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하여 그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사문서인 주식회사 KB캐피탈 채권추심팀 공소외 14 명의의 ‘부채상환(완납)증명 내역서’ 1장을 전송받고 2022. 1. 13.경 이를 출력하여 이를 위조하고, 2022. 1. 14.경 그 위조 사실을 모르는 공소외 13에게 교부하여 행사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실과 사정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사기죄 등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은 2022. 1. 6. 인터넷 구직사이트인 (사이트명 생략)에 구직 등록을 한 후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주)○○○ 부동산중개법인의 ‘일명 공소외 15 과장’으로부터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자신의 전화번호, 주소지 등 정보를 제공하면서 코로나 등을 이유로 방문 면접을 하지 않기로 하고 부동산 시장조사 업무를 시작하기로 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증을 촬영하여 송부하기도 하였으므로, 채용과정이 이례적이거나 범죄에 대한 의심이 갈만한 정황은 없다.
나. 피고인은 2022. 1. 7.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부동산 시장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후 수당을 지급받았고, 같은 달 12일부터 현금수거업무를 시작하였으나 기존 업무와 수당 및 지급방식에 차이는 없었고, 피고인이 같은 피해자 공소외 5로부터 중복하여 현금을 수령하였으며,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송금한 거래명세표를 사진촬영한 다음 ‘공소외 15’에게 보고하면서 관련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고 남겨두었는데, 이러한 행동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으로,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가 범죄의 일부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하거나 이를 용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를 하는 대가로 받은 돈은 현금수거업무의 불규칙성이나 피고인의 장거리이동에 따른 비용, 최저임금의 수준 등에 비추어 보면 지나치게 높다고 할 것은 아니다.
라. 불법적인 금전거래는 도박, 탈세, 환전 등 다양한 경우가 있고, 보이스피싱 범행이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다는 점만으로는 그 범행행태나 수법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의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있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까지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실제로 언론 등을 통해서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을 알게 되었다는 증거도 없으며, 범죄전력이나 보이스피싱 범죄로 수사를 받은 경험도 없는 피고인이 이를 미필적으로나마 알았다고 볼 사정도 없다.
마. 피고인이 금융감독원 명의의 공문서나 금융기관 명의 사문서들을 카카오톡으로 전송받아 출력하여 피해자들에게 교부하였더라도 이들 문서가 어느 정도 실제 문서와 유사한 외관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 각 문서위조 및 행사나 주민등록법 위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범행들은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단에 불과하여 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이상, 그 수단인 위 범행들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도 못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진다(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 등 참조).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참조). 한편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그 피고인에게 고의가 없어서 죄책을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의 행위를 실행하였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를 하였을 뿐이라면서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하여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피고인이 그 범죄사실을 인식하거나 혹은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물의 성질상 피고인의 범의 내지 공모사실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그 범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도114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이하 ‘보이스피싱’이라 한다)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 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수거 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 교부,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그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이 사건 사기죄 등에 대한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1) 보이스피싱 조직은 전체를 총괄하며 내부 각 점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락을 담당하는 ‘총책’, 총책의 지시를 받아 조직원들을 관리하며 그들에게 기망 수법과 현금수거 방법 등을 교육, 지시하는 ‘관리책’,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이나 조직원 등을 모집하는 ‘모집책’,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각종 기관 등을 사칭한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유인책(콜센터)’,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원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현금인출책’이나 ‘현금전달책’,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받아오는 ‘현금수거책’ 등으로 각 분담된 역할을 수행하면서 검거에 대비하여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범행에 가담하는 자들 또한 순차적인 공모를 통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른 일부의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 및 위와 같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운영현실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각각의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2) 피고인은 2022. 1. 6. 새벽경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하여 (사이트명 생략) 사이트에 이력서를 게시하였는데, 같은 날 오전경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성명불상자[자칭 (주)○○○ 중개법인 소속 ‘일명 공소외 15 과장’, 이하 ‘공소외 15’라 한다]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받고 일당 8만 원에 업무수행 1건당 추가수당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주)○○○ 부동산중개법인에서 ‘부동산 시장조사’를 하는 일을 하기로 하면서 별도의 면접절차를 거치지도 않았고 피고인의 신원, 신용을 확인하거나 보증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며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한 적이 없다. 또한 피고인은 부동산 시장조사 업무를 담당한 지 며칠 만에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시작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채용절차 및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한 경위와 과정은 이 사건 당시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이다. 피고인은 자신을 채용한 위 법인의 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했을 뿐 회사의 조직, 업무, 실체, ‘공소외 15’의 실존 여부 등에 대해서 제대로 확인한 바도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비정상적이거나 이례적인 절차로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피고인의 현금수거업무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피고인은 ‘공소외 15’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로 특정 장소로 이동하라는 연락을 받고 그 장소에 도착하기 약 10분 전에서야 수거할 현금을 소지하고 있던 피해자들의 인상착의, 피해자들에게 할 말과 교부할 서류 등을 전달받았다. 그 피해자들에게 피고인도 알지 못하는 사람인 ‘공소외 16 차장’이나 ‘공소외 14 팀장’ 등의 부탁으로 왔다는 말만 하면서 즉석에서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령하였다. 피고인이 채용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동산중개법인과는 전혀 무관한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공문서나 금융기관 명의의 사문서를 파일로 전송받아 출력한 다음 이를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부하였다.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현금을 은행의 ATM 기기(그 기기에는 일반적으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하여 현금을 입출금, 송금하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행일 수 있다.’는 취지의 보이스피싱 범행 가담주의 문구가 있다)를 통해 약 100만 원씩 쪼개어 각 100만 원마다 ‘공소외 15’가 지시하는 대로 피고인이 전혀 모르는 여러 사람들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부동산중개법인과는 무관한 제3자에게 송금하거나 다른 현금전달책에게 전달해 주었다. 이러한 현금수거 및 송금 또는 전달방식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사용한 거래로서 사회일반의 거래관념이나 경험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통상의 수금방식이 아니다. 또한, 상당히 이례적인 절차로 채용하여 대면한 적이 한 번도 없는 피고인에게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기는 경우는 보이스피싱 등의 경우가 아니면 상정하기 힘들다.
4) 피고인은 2022. 1. 7.부터 같은 달 9일까지는 ‘공소외 15’가 카카오톡 메신저로 지시한 특정 장소에 가서 해당 부동산의 위치, 교통, 상권과 같은 부동산 시장조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그에 따른 일당 및 추가수당을 받아오다가, 같은 달 10일부터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보조업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도 모른 채 현금수거업무를 시작하였다. 피고인은 현금수거업무를 시작하고 하루가 지난 같은 달 11일에는 ‘공소외 15’에게 오래 일한 사람은 얼마나 되었는지 정도만 확인하면서 2022. 1. 12.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위와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 6명으로부터 7차례에 걸쳐 합계 9,219만 원의 거액을 받아서는 그 돈을 100만 원씩 쪼개기 방식으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사용하여 무통장 송금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일을 반복하였다. 피고인은 2022. 1. 12. 이 사건 피해자인 공소외 4를 만나기 이전부터 자신이 수행하는 현금수거업무가 불법임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거리낌 없이 위와 같이 타인을 사칭하여 현금을 수거하고 타인 명의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현금전달업무를 단기간 반복하였고, 이를 통하여 짧은 기간에 상당한 액수의 대가를 받으면서 현금수거업무를 계속하였다.
5) 피고인은 2022. 1. 10.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11일 동안 현금수거업무를 하면서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현금액수를 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중 일부를 스스로 자기의 경비와 수당으로 직접 취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대가보다 큰 액수인 합계 약 200만 원 이상의 돈을 받았다. 그런데 통상 거액의 현금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돈이 얼마인지 그 자리에서 확인되지 않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크고 경우에 따라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인이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까지 높은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방식의 현금수거업무나 보수지급 절차 등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6) 피고인은 현금수거업무를 하면서 ‘공소외 15’로부터 받은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공문서나 금융기관 명의의 사문서 등을 출력하여 피해자들에게 교부해 주었다. 그런데 피고인이 출력한 이들 문서의 내용은 주로 ‘피해자의 금융자산에 대한 수사를 통해 금융계좌의 투명성을 입증하겠다.’거나 ‘대출금 등이 완납되었다.’는 것 등으로 부동산중개법인의 부동산 시장조사 업무와는 무관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나 형식도 조악하다. 금융기관이 변제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상환사실을 증명하고 개인정보가 포함된 위 각 문서를 아무 곳에서나 인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은 위와 같은 문서가 거짓으로 작성, 위조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7)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에다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47세로 간판, 현수막과 관련한 자영업을 약 17년 정도 하다가 그만두고 택배, 식당일 등을 한 경력이 있었던 점 등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러한 현금수거업무가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 등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이흥구(주심) 오석준 이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