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도9537 | 형사 대법원 | 2024.12.26 | 판결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김현임 외 1인
제주지법 2024. 5. 30. 선고 2024노284 판결
원심판결 중 인적사항 미제공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주요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자동차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① 2022. 11. 2. 20:24경 혈중알코올농도 0.250%의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고, ② 2022. 12. 8. 01:14경 혈중알코올농도 0.203%의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고, ③ 2023. 3. 1. 22:21경 혈중알코올농도 0.217%의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고 업무상과실로 신호대기 중이던 피해차량을 손괴한 후 도주하고, ④ 2023. 4. 6. 11:52경 승용차 운전 중 업무상과실로 주차되어 있던 피해차량을 손괴하고도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
나. 소송의 경과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였고,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을 징역 3년 8개월 및 구류 20일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원심은 제1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이 상고하였고, 상고이유로 원심이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하지 아니한 것은 재범의 위험성을 방치한 행위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2. 대법원의 판단
가.「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치료감호법’이라 한다)은 심신장애 상태, 마약류·알코올이나 그 밖의 약물중독 상태, 정신성적(精神性的) 장애가 있는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로서 재범(再犯)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치료감호법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를 치료감호대상자라고 규정하고(제2조 제1항 제2호), 검사는 치료감호대상자가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관할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으며(제4조 제1항), 그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鑑定)을 참고하여야 하고(제4조 제2항 본문), 공소제기한 사건의 경우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다고(제4조 제5항) 규정하면서, 법원은 공소제기된 사건의 심리 결과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제4조 제7항). 이는 검사가 공소제기 당시 피고인의 치료감호 사유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거나 그 판단에 필요한 고려요소를 간과하고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았으나 공소제기 후 재판과정에서 치료감호의 필요성이 충분히 드러나게 된 경우, 법원으로 하여금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검사가 치료감호청구 권한을 독점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폐해를 보완하고 치료감호대상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직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대법원은, 치료감호법 제4조 제1항, 제7항의 규정 형식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치료감호법 제4조 제7항이 법원에 대하여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도[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6도4211 판결,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도10690, 2020전도121(병합) 판결 등 참조], 법원으로서는 심신장애의 정도가 불분명한 피고인에 대하여 정신감정을 하여야 하고, 그러한 피고인에 대하여 정신감정을 실시함에 있어 그 장애가 장차 사회적 행동에 있어서 미칠 영향 등에 관하여도 아울러 감정하게 하며, 그 감정의견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한 결과 정신질환이 계속되어 피고인을 치료감호에 처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치료 후의 사회복귀와 사회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별도로 보호처분이 실시될 수 있도록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8도54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치료감호법의 목적, 치료감호대상자의 범위, 치료감호청구의 요건과 절차, 치료감호청구 요구 제도의 취지와 기능,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관한 판례 법리 등을 종합하여 보면, 치료감호법이 법원에 대하여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관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치료감호청구 요구 여부가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치료감호대상자의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 촉진이라는 치료감호법의 목적에 따른 재량의 내재적 한계가 있으므로, 공소제기된 사건의 심리 결과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과 아울러 일정한 강제력을 수반하는 감호 상태에서 치료받아야 할 필요성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이 명백하게 확인되었는데도 그러한 요구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재량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21. 12. 5. 13:29경 혈중알코올농도 0.209%의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로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다.
2)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2022. 11. 2. 혈중알코올농도 0.250% 상태에서 무면허로 약 3km를 운전하고 ② 2022. 12. 8. 혈중알코올농도 0.203% 상태에서 무면허로 약 17km를 운전하여 2023. 2. 27. 불구속 상태로 기소되었다(제주지방법원 2023고단379). 피고인은 다시 ③ 2023. 3. 1. 혈중알코올농도 0.217% 상태에서 무면허로 약 4km를 운전하다가 추돌사고를 내고 그대로 도주하였고, ④ 2023. 4. 6.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타인의 차량을 들이받고 그대로 도주하여 기소되었다(같은 법원 2023고단1044). 즉, 피고인은 네 달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 0.2%가 넘는 위험한 상태에서 세 번에 걸쳐 무면허로 운전을 하였고 급기야 교통사고를 내고 그대로 도주하기까지 하였다.
3) 피고인은 기소된 이후인 2023. 11. 30. 형과 누나와 함께 ○○○병원에 내원하였다가 입원하였고 2023. 12. 29. 퇴원하였다. 피고인은 2024. 2. 28. 제1심 제3회 공판기일에 처음 출석하였고 제1심법원은 도망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구속하였다.
4) 피고인의 변호인은 2024. 3. 18. 제1심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다음 날 피고인 담당의사의 진단서와 진료기록부, 장기요양인정서 등을 참고자료로 제출하였는데, 담당의사는 피고인의 병명(주상병)을 ‘알코올 사용에 의한 상세불명의 정신 및 행동 장애’, ‘상세불명의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라고 하면서, 치료 내용 및 향후 치료에 대한 소견으로 ‘입원 당시 알코올 금단 증상 및 인지기능 저하, 지남력 장애 등이 심한 상태였으며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퇴원하였음. 자기 관리능력이 없는 상태이므로 보호 및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사료됨’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피고인에 대한 ○○○병원의 의무기록과 진단서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입원 전 1년 이상 매일 소주 2~3병을 마셨고, 입원 기간 심각한 인지기능 저하, 현실 검증력의 결핍, 부적절한 행동, 뚜렷한 사고의 장애, 거동의 불안정성 등을 보여 자기 관리가 어려운 상태였으며, 간병인의 도움을 받았다. 피고인에 대한 각종 평가 보고서는, 피고인이 고위험 음주군에 속하고, 중등도의 절망감, 중증의 인지기능 저하를 나타내며,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피고인의 보호자인 피고인의 형 등은 피고인의 병원비와 간병비 부담으로 입원 유지의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23. 12. 29. 퇴원하였다.
5) 제1심법원은 2024. 3. 20. 변론을 종결하고 2024. 4. 17. 피고인에 대해 징역 3년 8개월을 선고하였고, 원심법원은 제1회 공판기일에 피고인 측의 항소이유서를 진술하도록 하고 피고인의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등 정신병력과 정신병원 입원치료 등을 언급하며 선처를 구하는 변호인의 구술변론을 들은 후 변론을 종결하고 바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6) 피고인은 음주운전 전과에서부터 이 사건으로 기소된 세 차례의 음주운전 범죄사실에 이르기까지 혈중알코올농도가 모두 0.2%가 넘는데, 이는 음주운전 범죄에 관하여 도로교통법이 정한 가장 중한 단계에 해당한다(2023. 7. 1. 이후 기소사건에 적용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의하여도 가장 중한 권고형이 설정된 범죄유형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음주 및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된 지 한 달 만에 다시 음주 및 무면허 운전을 하였고, 두 번의 음주 및 무면허 운전으로 기소된 이후 재차 음주 및 무면허 운전을 하여 사고를 내고 그대로 도주하기까지 하였다. 피고인은 이후에도 무면허 운전을 감행하다가 사고를 내고 다시 도주하는 이례적인 범행을 계속하였다. 이러한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 및 원심 공판과정에서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조건(피고인의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참작할만한 정상)을 비롯하여 변호인이 주장하는 피고인의 정신병원 입원 병명(알코올 사용에 의한 상세불명의 정신 및 행동 장애 등)이나 피고인의 정신질환, 정신상태 및 징역형 복역 후 재범위험성과 관련된 양형조사도 이루어진 바가 없다.
7) 한편 피고인은 구속 이후 제주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병원의 화상진료를 받고 있는데, 기억력 장애가 있고 자기 관리가 열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범죄 전력, 이 사건 범행의 내용, 이 사건 범행과 입원기간 사이의 간격, 피고인의 건강상태와 담당의사의 의학적 소견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고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피고인은 제1심에서 구속된 이후 계속해서 외래 진료를 받았음에도 기억력 장애가 있고 자기 관리가 열악한 모습을 보였다. 정신질환자가 가족 등 지지환경이 열악한 경우 치료의 단절 가능성과 재범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는데, 피고인은 동거 가족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피고인의 퇴원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가족 등에 의하여 충분한 지지환경이 조성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4. 1.경 피고인에 대하여 장기요양등급 4등급을 인정하고 장기요양급여의 종류 및 내용을 정하면서 재가급여 또는 노인요양시설에서의 시설급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시설 밖에서의 치료보다는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치료의 목적 달성 가능성과 재범 방지 등의 측면에서 보다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라. 피고인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고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한 점,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의 알코올 섭취 습벽과 재범의 위험성 및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의 필요성에 관하여 정신감정을 실시하는 등으로 충실한 심리를 하여, 피고인에 대해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고 치료감호청구 요구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대해 충실하게 심리하지 아니한 채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변론을 종결하고 원심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와 판단은 재량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으로서 원심판결에는 치료감호청구 요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마. 한편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다음 인적사항 미제공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죄에 대하여는 하나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인적사항 미제공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이와 별개로 구류형을 병과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인적사항 미제공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은 치료감호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별개의 구류형이 병과된 인적사항 미제공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 부분은 소송상 별개로 분리 취급되어야 하므로, 이 부분은 파기 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인적사항 미제공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서경환 신숙희(주심) 노경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