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다211427 | 민사 대법원 | 2024.06.13 | 판결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평화 담당변호사 이상희)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천 담당변호사 박선정)
대전지법 2024. 1. 9. 선고 2020나108774, 108781 판결
원심판결의 본소 및 반소 중 원심판결 별지 목록 순번 제2 내지 4항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별지 목록 순번 제2 내지 4항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한 부분
가. 민법 제197조 제1항에 따라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증명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사람에게 그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 아님을 주장하여 증명할 책임이 있다.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가 없는 타주점유인지는 점유자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 객관적으로 결정된다.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 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그 추정은 깨어진다. 그러므로 점유자가 점유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점유자가 스스로 매매 또는 증여와 같이 소유의 의사가 있는 자주점유의 권원을 주장하였으나 이것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원래 자주점유의 권원에 관한 증명책임이 점유자에게 있지 않은 이상 그 주장의 점유권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거나 또는 점유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99다72743 판결 등 참조).
한편 토지의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의하여 목적 토지의 점유를 취득한 경우 설사 그것이 타인의 토지의 매매에 해당하여 그에 의하여 곧바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매수인이 점유권원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도인에게 처분권한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를 매수하였다는 등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지 않는 한, 그 사실만으로 바로 그 매수인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이 깨어진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민법 제19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점유자에게 추정되는 소유의 의사는 사실상 소유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지 반드시 등기를 수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등기를 수반하지 아니한 점유임이 밝혀졌다고 하여 이 사실만 가지고 바로 점유권원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결여된 타주점유라고 할 수도 없다(대법원 2000. 3. 16. 선고 97다3766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 소유의 부동산인 원심판결 별지 목록 순번 제2 내지 4항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쟁점 부동산’이라고 하고, 개별 부동산은 위 목록 순번 제2항 기재 부동산의 경우 ‘이 사건 제2항 부동산’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표시한다) 지상에 농작물 등을 재배하는 방법으로 이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농작물 등을 수거하고, 이 사건 쟁점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다음, 피고의 부친인 망 소외 1과 피고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20년간 점유하여 이 사건 쟁점 부동산을 시효취득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졌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1) 피고는 이 사건 제2, 3항 부동산은 피고의 부친인 망 소외 1이 1968. 2. 23.경 원고의 조부인 망 소외 2로부터 매수하였고, 이 사건 제4항 부동산은 피고가 1972. 7. 24.경 소외 3으로부터 매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매매계약서 및 매도증서를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매매대금의 수수나 소유권이전등기 관련 서류의 교부 등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소외 3이 이 사건 제4항 부동산의 정당한 소유자 및 처분권자인지 알 수 없다.
2) 피고는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시행으로 이 사건 쟁점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았고, 원고의 부친인 망 소외 4가 이 사건 쟁점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에도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않았다.
3) 피고가 제출한 재산세 과세대장(을 제4호증), 보증서(을 제31호증)의 각 기재와 피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쟁점 부동산의 매수 경위 등이 부합하지 않는다.
4) 피고가 이 사건 쟁점 부동산의 등기권리증(을 제9호증)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망 소외 1 또는 피고가 그 실질적 소유자라는 점을 추단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쟁점 부동산이 소재한 마을의 이장으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피고가 당시 매매 관행으로 인해 소유권이전등기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신빙하기 어렵다.
다.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민법 제197조 제1항에 따라 피고의 이 사건 쟁점 부동산에 관한 점유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앞서 본 법리에 의할 때 피고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증명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원고에게 피고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 아님을 주장하여 증명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원고는 망 소외 1이나 피고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이 사건 쟁점 부동산의 점유를 취득한 사실 또는 이들이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사실을 주장하여 증명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원심은 이 부분 판단에서 피고 주장의 당부와 피고가 제출한 증거의 증명력에 대하여 판단하였을 뿐, 위 자주점유 추정을 복멸시키기 위하여 원고가 한 주장의 내용과 그 주장사실이 증명되었는지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았다.
2)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사정만으로 피고의 이 사건 쟁점 부동산에 관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피고가 이 사건 쟁점 부동산에 관한 자주점유의 권원으로 매수 사실을 주장하였는바, 설령 그것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거나 점유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제4항 부동산의 매수 경위에 관한 피고의 주장이 타인의 토지의 매매에 해당하여 그에 의해 곧바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매도인으로 주장한 소외 3에게 처분권한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피고가 이를 매수하였다는 등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지 않는 한, 그 사실만으로 피고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로 한 것이라는 추정이 깨어진다고 할 수 없다.
나) 민법 제19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점유자에게 추정되는 소유의 의사는 사실상 소유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지 반드시 등기를 수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등기를 수반하지 아니한 점유임이 밝혀졌다고 하여 바로 점유권원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결여된 타주점유라고 할 수 없는바,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았다거나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았다거나 원고 부친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하여 피고가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는 이 사건 쟁점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서 및 매도증서와 각 등기권리증을 소지하고 있고, 과거 재산세 과세대장에 이 사건 쟁점 부동산의 납세의무자로 등재된 바 있으며, 오래 전부터 이 사건 쟁점 부동산을 점유하며 농작물 등을 재배하였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졌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조치에는 자주점유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나머지 부동산에 관한 부분
피고는 원심판결의 본소 및 반소 중 나머지 부동산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이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본소 및 반소 중 이 사건 쟁점 부동산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이동원(주심) 김상환 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