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가단11306 | 민사 전주지방법원남원지원 | 2022.01.19 | 판결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행복한 담당변호사 이한)
피고
2022. 1. 12.
1.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중 각 지분에 관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기초사실
가.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은 원래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소유였다.
나. 망인은 2020. 12. 3.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상속인으로는 직계비속인 원고들 3명, 피고, 소외 2, 소외 3이 있고, 이들의 상속분은 각 로 동일하다.
라. 망인은 2018. 7. 5.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위탁자 겸 생전수익자를 망인으로, 수탁자 겸 사후수익자를 피고로 하는 유언대용 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조(신탁의 목적) ① 이 신탁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위탁자 생전에 위탁자의 부양, 개호, 치료, 요양 등에 들어가는 비용들을 확보하여 행복한 노후설계를 하기 위함 2. 위탁자 생전에 유언을 대용할 의사표시로서, 위탁자 사우에 유산상속에서 그 재산을 받을 자를 위탁자 생전의 의사표시로 미리 지정함으로써 원활한 유산상속사무를 도모하기 위함 ② 위탁자는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신탁하고, 수탁자는 이를 인수한다.제4조(수익자) ⑴ 위탁자 생전기간 동안 수익자: 망인 수익권 취득시기 및 종기: 이 신탁계약서 작성한 때로부터 위탁자가 사망하는 때까지 ⑵ 위탁자 사후의 수익자: 피고 수익권 취득시기: 위탁자가 사망하는 때부터 취득한다.제5조(수익권 내용) 전 조항의 수익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⑴ 위탁자의 생전기간 동안 수익자 - 수익권의 내용: 신탁부동산을 무상 거주할 수 있는 권리, (중략) 수탁자로부터 부양의무를 이행 받을 권리 ⑵ 위탁자 사후의 수익자 - 수익권의 성격: 신탁부동산의 신탁원본의 수익권 - 수익권의 내용: 신탁종료 후 신탁재산의 권리귀속자로서 신탁원본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는 권리)제6조(위탁자 생전기간 동안 수익자의 수익권) 위탁자 겸 위탁자 생전수익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수익자의 수익권은 소멸하며, 위탁자의 생전수익자의 수익권은 상속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위탁자 사후수익자의 수익권이 개시되는 것으로 한다(신탁법 제60조 수익자 연속신탁).
마. 피고는 2018. 7. 26.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을 등기원인으로 하여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들
이 사건 신탁계약은 신탁법 제36조 위반으로 무효이고, 그에 기초하여 마쳐진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무효이므로, 이 사건 부동산은 여전히 망인의 사망에 따른 상속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현재 등기명의인인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 중 각 그 상속분인 지분 만큼에 관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망인의 의사로 이 사건 신탁계약을 하였고, 그 결과 피고의 소유가 되었을 뿐이다.
3. 판단(피고 명의의 등기가 무효인지 여부)
가. 이 사건 신탁계약은 수탁자와 사후수익자를 동일인으로 하는 유언대용신탁이다.
나. 신탁은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를 위하여 신탁재산을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수익자가 동시에 수탁자가 되면, 수탁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운용해야 하는 결과가 되고, 이는 사실상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신탁을 인정할 실익이 없게 된다. 물론 수탁자가 여러 수익자 중의 1인인 경우에는 다른 수익자를 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신탁을 인정할 실익이 있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수탁자가 수익할 시점에 다른 수익자를 위한 부분이 없다면 그 신탁은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위탁자인 망인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하면서 생전에는 망인 자신을 수익자로 정하였으나 자신이 사망한 후에는 수탁자인 피고를 유일한 수익자로 정한 경우에는 당해 신탁은 무효이다. 망인이 사망한 후에는 수탁자가 유일한 수익자로서 신탁의 이익을 전부 누리게 되어 신탁을 인정할 실익이 없고, 나아가 다른 수익자를 위한 부분이 없어서 신탁을 존속시킬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다른 수익자에 의한 견제감시 기능이 작동될 수 없어 악용가능성도 높다).
부동산등기선례 역시 "위탁자가 수익자의 지위를 겸하는 자익신탁은 일반적으로 허용되므로, 유언대용신탁의 경우에도 위탁자가 생전수익자의 지위를 겸하는 것은 가능하다(신탁법 제3조 제1항). 그러나 신탁법은 수탁자가 공동수익자 중 1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의 이익을 누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신탁법 제36조), 유언대용신탁에서 생전수익자와 사후수익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라도 위탁자의 사망을 기준으로 생전수익자와 사후수익자가 시간적으로 분리되는 결과 생전수익자와 사후수익자가 동시에 공동수익자로서 권리행사를 할 수는 없으므로(신탁법 제59조), 위탁자의 사망 이후에 수탁자만이 단독 사후수익자가 되는 신탁은 신탁법 제36조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어서 생전수익자를 위탁자와 동일인으로 하고, 사후수익자를 수탁자와 동일인으로 하는 신탁등기는 신청할 수 없다."고 하여 같은 입장이다[수탁자와 사후수익자를 동일인으로 하는 유언대용신탁이 가능한지 여부(소극), 부동산등기선례 제201808-4호].
다. 결국 이 사건 신탁계약은 무효이고, 이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부동산등기법 제29조 제2호를 위반한 등기로 당연히 무효가 되므로 말소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은 이 사건 부동산 중 원고들의 상속분인 각 지분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거나 그에 갈음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정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