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도18718 | 형사 대법원 | 2025.04.15 | 판결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위정현
서울고법 2024. 11. 1. 선고 2024노1087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해자의 나체 사진 전시로 인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해자와의 성관계 동영상 상영으로 인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부분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2. 6.경부터 2022. 10. 초순경까지 사이에 피고인이 운영하는 마사지숍인 ‘○○○’, 피고인의 지인인 공소외 1, 공소외 2가 운영하는 마사지숍인 ‘△△△’, 서울 은평구 (이하 생략)에 있는 상호불상의 커피숍 등에서 피해자 몰래 소지하고 있던 피해자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재생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로 하여금 시청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공연하게 상영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증거들에 따라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피고인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성폭력처벌법은 제14조 제1항에서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면서, 같은 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서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 및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의 입법 취지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촬영물 또는 복제물(이하 ‘촬영물 등’이라 한다)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죄책이나 비난 가능성이 촬영행위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 있는 촬영물 등의 시중 유포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도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22. 6. 9. 선고 2022도168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조항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인격권 보호,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며, 구체적으로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 함부로 촬영당하지 아니할 자유,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 등이 유포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여기에서 ‘성적 자유’는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도16258 판결 참조).
이 사건 조항은 유포 행위의 유형으로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것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중 전시·상영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이와 같이 전시·상영에서 공연성을 행위 태양으로 요구하는 것은 촬영물 등의 교부를 전제로 하는 반포·판매·임대·제공에서 그 행위를 통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촬영물 등을 인식하거나 시청할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것과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따라서 ‘공공연하게’ 촬영물 등을 상영하였다고 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촬영물 등을 시청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22. 6. 9. 선고 2022도1683 판결 참조). 이때 ‘다수인’인지 여부는 단순히 인원수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조항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반포·판매·임대·제공 등 같은 조항의 다른 행위 태양에 대한 처벌 가능성과 범위와의 균형 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행위자와 시청 주체의 관계, 행위자의 상영 의도와 경위, 상영 방법과 수단, 상영 공간과 시간 등을 아울러 참작하여, 행위자의 상영이 단순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사적(私的) 또는 은밀한 상영을 넘어서는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기준으로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의 경우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지인인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각각 다른 일시에 피고인이나 지인들이 운영하는 마사지숍 또는 커피숍 등의 내부에서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재생하여 보여주는 방식으로 피해자와의 성관계 동영상(이하 ‘이 사건 촬영물’이라 한다)을 상영하여 시청할 수 있도록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지인들에게 이 사건 촬영물을 상영한 것은 불특정인에 대한 상영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총 2명에게 각각 다른 일시·장소에서 피고인의 휴대전화 화면을 통하여 이 사건 촬영물을 각각 시청할 수 있도록 한 것만으로는 이러한 피고인의 상영이 단순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사적 또는 은밀한 상영을 넘어서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다수인에 대한 상영으로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의 상영행위로 인하여 공소외 2, 공소외 1 외의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이 사건 촬영물을 시청하였거나 시청할 가능성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의 ‘공공연하게 상영’하는 것에서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해자와의 성관계 동영상 상영으로 인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영재(재판장) 오경미 권영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