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도11629 | 형사 대법원 | 2024.11.14 | 판결
피고인
검사
인천지법 2024. 7. 4. 선고 2023노5324 판결
원심판결 중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 및 경범죄 처벌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주위적 공소사실(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의 요지
피고인은 2022. 11. 17. 13:35경 원심 판시 무고 부분 범죄사실과 같이 배달원이 머리채를 잡고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하였다는 내용으로 허위의 112 신고를 하여, 위와 같은 강제추행 범행이 실제로 있었다고 오인한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하여 수사를 하게 하고, 피고인에게 임시숙소 제공 및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실시하게 하였으며, 경찰관들로 하여금 2022. 11. 17.경부터 2023. 1. 9.경까지 피고인이 신고한 범죄 혐의 확인을 위한 수사를 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계로써 범죄의 수사, 범죄피해자 보호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경범죄 처벌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담당 수사관은 피고인이 강제추행 피해의 증거로 제출한 휴대전화 동영상의 촬영 경위, 내용, 종료 경위 등에서 발견한 미심쩍은 점을 자세히 물었고, 강제추행범으로 지목된 공소외인의 진술을 청취하고 공소외인이 제출한 피고인과 공소외인 사이의 모바일 채팅 내역을 확인함으로써 피고인의 신고가 허위라는 점을 쉽게 확인하였다. 피고인의 허위 신고로 많은 경찰 인력이 투입되어 주변 수색, CCTV 영상 확인, 피해자 지원 업무 등을 하였으나 이는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가 있는지 수집·조사하는 수사기관의 본래 직무 범위에 속하는 것일 뿐이고, 이로 인하여 다른 신고사건에 관한 업무처리를 하지 못하였다거나 다른 지역에 치안공백이 야기되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수사기관이 범죄사건을 수사할 때는 피의자 등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모든 증거를 수집·조사하여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한편 피의자는 진술거부권과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권리와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권리를 가질 뿐이고 수사기관에 대하여 진실만을 진술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의자 등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진술하거나 피의사실 인정에 필요한 증거를 감추고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이와 같은 허위의 진술과 증거만으로 증거의 수집·조사를 마쳤다면, 이는 수사기관의 불충분한 수사에 의한 것으로서 피의자 등의 위계에 의하여 수사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7458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주위적 공소사실 중 ‘경찰관들로 하여금 2022. 11. 17.경부터 2023. 1. 9.경까지 피고인이 신고한 범죄 혐의 확인을 위한 수사를 하게 하였다.’는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1)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항 제2호의 거짓신고로 인한 경범죄 처벌법 위반죄는 ‘있지 아니한 범죄나 재해 사실을 공무원에게 거짓으로 신고’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고, 형법 제137조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상대방의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하는 위계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공무원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7297 판결 참조). 전자는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반면, 후자는 국가기능으로서의 공무 그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등 양 죄는 그 보호법익이나 규율대상 및 구성요건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죄이다. 따라서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거짓신고 행위가 원인이 되어 상대방인 공무원이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하여 공무원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대응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로써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무집행이 방해되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그 거짓신고 행위와 결과의 불법성이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항 제2호가 예상한 정도를 현저하게 넘어선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의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9958 판결 참조).
2) 경찰관의 직무에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 범죄피해자 보호, 그 밖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등이 포함된다(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 제1호, 제2호, 제2호의2, 제7호 참조). 어떤 사람이 경찰관에게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거짓신고를 하였고, 이에 따라 경찰관이 신고의 거짓 여부를 확인하거나 검토할 여유 없이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등을 위해서 다른 업무보다 우선하여 긴급하게 현장에 출동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상황에서[「112 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2023. 10. 27. 경찰청예규 제6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예규’라 한다) 제9조 제2항 제1호, 제13조 등 참조] 실제로 그러한 대응조치가 이루어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찰관의 위와 같은 직무에 관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직무는 경찰관이 수사기관으로서 수행하는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 제2호 참조)와 구별되는 것이므로, 그 직무에 관하여 위계로 인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가는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거나 허위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범죄 수사 직무에 관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가와 구별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3)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아래 사실관계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주위적 공소사실 중 ‘경찰관들로 하여금 2022. 11. 17.경부터 2023. 1. 9.경까지 피고인이 신고한 범죄 혐의 확인을 위한 수사를 하게 하였다.’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하 ‘나머지 주위적 공소사실’이라 한다)까지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피고인은 2022. 11. 17. 13:35경 112에 전화를 걸어 ‘방금 전 배달이라고 해서 문을 열었는데 그 사람이 머리채를 잡고 가슴을 만지고 도망갔다.’는 내용으로 허위 신고를 하였다. 위 신고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 혐의에 해당하는 내용이었고, 범행 장소가 신고자의 주거지여서 즉각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으며, 범행 발생 시점이 신고 직전이었으므로 신속한 출동에 따른 범인 수색 및 검거조치가 요구되었다.
나) 피고인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를 이 사건 예규 제9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바에 따라 최우선 출동이 필요한 긴급신고인 ‘code 1 신고’로 분류하고 최단 시간 내 출동을 목표로 관련 지령을 내렸다. 이 사건 예규 제13조 제2항에 따르면 ‘code 1 신고’의 경우 112순찰차, 지구대·파출소 근무자 등 출동요소는 소관 업무나 관할 등을 이유로 출동을 거부하거나 지연 출동하여서는 안 된다.
다) 위와 같은 출동 지령에 따라 최초 신고 접수 후 4분 만인 13:39경에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하였고, 같은 날 13:40경부터 14:12경까지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 강력범죄 수사팀 소속 경찰관들과 순찰차 총 6대 등이 출동하여 피고인의 진술을 청취하고 현장 주변 탐문 및 수색 작업 등을 진행하였다. 이는 신고 대상 범죄를 수사하는 직무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범죄를 예방하고 피고인을 비롯한 국민의 생명·신체 등을 보호하는 직무로서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라) 또한 경찰은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2022. 11. 17. 피고인에게 임시숙소 1일 숙박비를 지급하였고, 2022. 11. 18. 피고인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으로 정하여 112 긴급신변 보호시스템에 등록하고 피고인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였다. 이는 범죄피해자를 보호하는 직무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마) 피고인은 마치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처럼 112 신고를 함으로써 신고 접수 담당 경찰관으로 하여금 긴급히 대응하여야 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오인하게 하였고, 이로 인하여 경찰관들은 현장에 즉각적으로 출동하여 현장 주변을 수색·탐문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는 등 허위의 신고라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대응조치까지 취하였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위계로써 경찰관의 112 신고에 따른 사건처리 업무, 범죄 예방 업무, 범죄피해자 보호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4)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나머지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원심이 무죄의 근거 법리로 제시한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1609 판결,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7458 판결은 가.항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하거나 허위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수사기관의 수사 업무가 방해되었는지에 관한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허위의 112 긴급신고를 함으로써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게 한 행위가 문제 되는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다.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와 동일체 관계인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되어야 한다.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한 이 사건에서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무고죄 부분은 분리·확정되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 및 경범죄 처벌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오경미 권영준(주심) 박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