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도11314 | 형사 대법원 | 2024.11.14 | 판결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류일청
대전고법 2024. 6. 21. 선고 2024노156 판결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조정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1)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한 적법절차의 원칙과 헌법 제27조에 의하여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및 직접심리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이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 등 서면증거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발견의 이념과 소송경제의 요청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일 뿐이므로 증거능력 인정 요건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도364 판결 참조).
2) 형사소송법은 제310조의2에서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형사소송법 제311조는 법원 또는 법관의 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제312조 제1항 내지 제3항은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실질적 진정성립이 증명되고 반대신문이 보장되며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5항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서가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경우 같은 조 제1항 내지 제4항을 준용한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은 ‘전 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에 대하여 그 진정성립이 증명되면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서류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보다 더욱 엄격한 요건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2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이 규정하는 서류는 수사과정 외에서 작성된 서류를 의미한다.
3) 이러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 및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인정에 관한 해석 원칙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가 비록 수사기관이 아닌 자에 의하여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수사가 시작된 이후 수사기관의 관여나 영향 아래 작성된 경우로서 서류를 작성한 자의 신분이나 지위, 서류를 작성한 경위와 목적, 작성 시기와 장소 및 진술을 받는 방식 등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고찰할 때 그 서류가 수사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 이를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의 ‘전 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도15133, 2023전도163, 164 판결 참조). 나아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은 이를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있는 때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원칙 및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서가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경우 그 증거능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보다 더욱 엄격한 요건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2조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의 증거능력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나. 형사조정에 관한 법령의 내용
「범죄피해자 보호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은 검사로 하여금 피의자 및 범죄피해자 간 형사분쟁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여 범죄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법 제41조 제1항). 위와 같은 형사조정절차를 개시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법 시행령 제52조 제1항). 형사조정을 담당하기 위하여 각급 지방검찰청 및 지청에 형사조정위원회를 두고(법 제42조 제1항), 형사조정위원회는 2명 이상의 형사조정위원으로 구성되며(법 제42조 제2항), 형사조정위원은 형사조정에 필요한 법적 지식 등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사람 중에서 관할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의 장이 위촉한다(법 제42조 제3항). 한편 형사조정위원회의 사무 처리를 위하여 간사 1명을 둘 수 있는데, 이 경우 간사는 관할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의 장이 지명한다(법 시행령 제48조 제2항). 형사조정위원회는 형사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한 검사에게 해당 형사사건에 관하여 당사자가 제출한 서류, 수사서류 및 증거물 등 관련 자료의 사본을 보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고(법 제44조 제1항), 조정기일마다 형사조정의 과정을 서면으로 작성하며, 형사조정이 성립되면 그 결과를 서면으로 작성하여야 하는데(법 제45조 제1항), 위 서면의 서식은 법 시행규칙 제15조에서 정한 형사조정조서, 형사조정결정문의 각 서식에 따르고(법 제45조 제5항), 형사조정절차가 끝나면 위 서면을 붙여 해당 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한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법 제45조 제3항). 검사는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처리할 때 형사조정 결과를 고려할 수 있고, 다만 형사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을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고려하여서는 아니 된다(법 제45조 제4항).
다. 기록 및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검찰주사보 공소외 1은 2023. 8. 30. 피고인 및 피해자가 양형참작을 위하여 형사조정절차 회부를 신청하였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형사조정신청확인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라 검사는 그 무렵 이 사건을 형사조정절차에 회부하였다.
2)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에서 형사조정위원으로 위촉된 공소외 2, 공소외 3은 2023. 10. 18. 공소외 2가 조정장, 공소외 3이 조정위원으로서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 3층 소재 형사조정실에서 피고인만이 출석한 상태에서 피해자와는 전화통화를 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형사조정절차를 진행하였다.
3) 공소외 2, 공소외 3은 이 사건 형사조정절차에서 조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자 법 시행규칙 제15조에서 규정한 서식에 준하여 기일, 장소, 피의자 및 피해자 성명과 각 출석 여부, 피의자 및 피해자의 각 주장, 조정위원회의 권고안, 조정결과가 기재되어 있는 이 사건 형사조정조서를 작성하여 그 무렵 이를 검사에게 보내었다.
4) 이 사건 형사조정조서 중 ‘피의자의 주장’란에는 ‘피해자에게 성추행 및 간음 미수 피해를 입혔음’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말미에는 형사조정절차에 참여한 조정장과 조정위원 및 출석한 피고인의 각 성명과 서명이 기재되어 있다. 한편 간사인 검찰수사관 공소외 4도 이 사건 형사조정조서의 말미에 성명을 기재하고 서명을 하였다.
5) 검사는 2023. 11. 20.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이 사건 형사조정조서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피고인의 범죄 혐의를 추궁하였다.
라. 위와 같은 형사조정위원들의 소속 및 지위, 형사조정위원들이 피고인 및 피해자와 면담이나 전화통화를 하여 이들의 진술을 듣고 이 사건 형사조정조서를 작성한 경위와 목적, 형사조정위원들이 형사조정절차의 진행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의 내용과 성격, 형사조정의 방식 및 내용과 그 진행 장소, 간사로 검찰수사관이 관여한 상황, 형사조정의 불성립 이후 이 사건 형사조정조서를 받은 검사가 이를 토대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을 실시한 수사의 진행 경과 등 제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와 관련 법령의 내용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형사조정조서 중 ‘피의자의 주장’란에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부분은 비록 수사기관이 아닌 자에 의하여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수사가 시작된 이후 수사기관의 관여나 영향 아래 작성된 경우로서 실질적으로 고찰할 때 수사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이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나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가 아니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라 보기도 어려우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
마.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진술이 기재된 이 사건 형사조정조서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13조에서 규정하는 진술기재서에 해당된다고 보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삼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과 조치에는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13조 등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바.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양형부당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영준(재판장) 김상환(주심) 오경미 박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