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고단78 | 형사 청주지방법원제천지원 | 2018.06.21 | 판결 : 항소
김주혜 외 1인
변호사 김경일
피고인은 무죄.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제천시 (주소 생략)에서 ‘○○○ 펜션’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공중위생영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공중위생영업의 종류별로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시설 및 설비를 갖추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1. 4. 26.경부터 2017. 7. 22.경까지 사이에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아니하고 위 ‘○○○ 펜션’에서 거실 1개와 방 4개, 화장실 4개를 마련해놓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가입비 10만 원, 연회비 24만 원을 받아 회비를 납부한 사람들이 잠을 자고 머물 수 있도록 침구, 취사 시설, 생필품 등의 시설 및 설비를 제공하였다.
나.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풍속영업을 하는 자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사자는 풍속영업을 하는 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알선 또는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가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미신고 숙박업을 영위하면서, 성적 부위를 클로즈업하여 촬영한 사진으로 홍보 영상을 만들어 게시하고, 여성들의 경우 연회비를 면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특정 다수의 남녀를 회원으로 모집하여 위 장소에 함께 숙박하게 하고, 숙박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남녀를 불문하고 성기를 모두 노출한 채 나체로 배드민턴, 일광욕, 물놀이, 캠프파이어, 식사 등을 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풍속영업을 하는 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게 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제천시 (주소 생략) 소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서 ‘○○○’ 모임에 가입한 회원들로부터 가입비 10만 원, 연회비 24만 원을 받고 회비를 납부한 사람들이 잠을 자고 머물 수 있도록 침구, 취사 시설, 생필품 등의 시설과 설비를 제공한 사실, 피고인이 이에 관하여 관할 관청에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한다.
나.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건물에서 영리의 목적으로 숙박업 등의 공중위생영업, 풍속영업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영리의 목적으로 숙박업 등을 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죄와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다. 설령 피고인이 영리의 목적으로 풍속영업인 숙박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풍속영업을 하는 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게 하지 않았다.
3. 관련 법리
가. 영리의 목적으로 손님이 잠을 자고 머물 수 있는 시설 및 설비 등의 서비스를 계속적·반복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는 법령이 정한 제외규정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한 숙박업에 해당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7947 판결).
나.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에 따른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숙박업은 풍속영업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도3975 판결).
다. 영리의 목적은 널리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할 목적을 말한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도2481 판결 등).
4. 판단
가. 인정 사실
1) 피고인은 2008년경 ‘○○○’라는 이름의 나체주의자(nudist, 나체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 동호회(이하 ‘이 사건 동호회’라 한다)를 만들어 현재까지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 이 사건 동호회 회원은 연회원, 정회원, 준회원으로 구성되고, 연회원은 가입비 10만 원을 납부하여 정회원이 된 사람 중 정기모임에 참석하여 연회원 활동 여부에 관한 승인을 받아 매년 연회비 24만 원을 납부하는 회원, 정회원은 가입비 10만 원을 납부한 회원, 준회원은 연회원과 정회원 이외의 회원이다. 연회원 중 4~5명은 ‘운영진’이라는 직함으로 동호회 정기모임 개최, 회원 관리, 이 사건 건물 관리 등의 임무를 담당한다. 이 사건 동호회의 연회원 수는 약 20명 내지 40명에 이른다.
3) 이 사건 건물은 2007. 11.경부터 피고인의 처가 소유하고 있었다. 이 사건 건물은 2층 규모의 주택이고 각 층마다 욕실이 딸린 방이 여러 개 있다. 이 사건 건물 앞마당에는 바비큐 파티, 배드민턴 등의 스포츠활동을 할 수 있는 공터가 있다. 피고인은 2008년경부터 처 소유인 이 사건 건물에서 농어촌민박업을 하다가 2011. 4. 22.경 폐업신고를 하였다.
4) 이 사건 동호회의 정회원과 연회원은 1년에 약 3회에 걸쳐 이 사건 건물에서 이루어지는 정기모임에 참석할 수 있고, 연회원은 1년 중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고인 또는 운영진에게 사전 연락 후 가족 또는 지인과 함께 이 사건 건물에서 숙박하면서 시설 및 설비를 이용할 수 있다.
5) 이 사건 동호회 회원들은 2008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사이에 매년 4월경부터 10월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서 정기모임 또는 비정기모임을 개최하여 이 사건 건물의 실내와 야외 공터에서 나체로 식사, 운동, 일광욕, 캠프파이어 등의 활동을 하였다.
나. 판단
1)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에서 영리의 목적으로 숙박업 등의 공중위생영업, 풍속영업을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수사보고(계좌추적영장 집행결과 첨부), 수사보고(연회비 등 관리 계좌내역 분석 결과), 수사보고(피의자 명의 계좌분석 결과)와 위 각 수사보고에 첨부된 각 계좌거래내역이 있다. 위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이 사건 동호회의 정회원, 연회원들은 피고인의 농협은행 계좌 중 하나의 계좌[마지막 네 자리가 ‘(번호 1 생략)’인 계좌이다. 이하 ‘이 사건 회비납부 계좌’라 한다]로 가입비 100,000원, 연회비 240,000원 또는 연회비를 12개월로 나눈 월회비 20,000원을 입금하였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회비납부 계좌에 입금된 연회비 등의 돈 중 일부를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다른 농협은행 계좌들[마지막 네 자리가 ‘(번호 2 생략)’, ‘(번호 3 생략)’, ‘(번호 4 생략)’인 계좌이다. 이하 ‘피고인의 개인 계좌’라 한다]로 이체한 후 스쿨뱅킹 대금, 국민연금, 자동차세, 카드대금, 보험료, 전기료, 학원비, 식비, 휴대폰 요금, 주유비 등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
2)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할 목적, 즉 영리의 목적으로 숙박업 등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이 사건 동호회의 정관 제8조(재정)는 “○○○의 모든 재원은 가입비, 연회비, 관리회비 및 기타 후원금으로 홈페이지와 아지트(‘이 사건 건물’을 가리킨다)를 유지, 보수하며, 마스터(‘피고인’을 가리킨다)가 관리,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동호회는 이 사건 회비납부 계좌에 입금된 동호회 가입비, 연회비 등을 이 사건 동호회 운영 및 이 사건 건물 관리 용도로만 사용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회비납부 계좌의 잔고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자신의 개인 자금으로 이 사건 동호회의 홈페이지 관리, 이 사건 건물의 유지·보수, 이 사건 동호회 모임 지원, 이 사건 건물에 비치할 생필품 및 파라솔 등의 설비 구입, 이 사건 건물 청소비 등 이 사건 동호회 운영 및 이 사건 건물 관리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선지출한 후, 회비납부 계좌에 연회비 등이 입금되어 잔고가 쌓이면 회비납부 계좌에 입금된 돈 중 피고인이 그동안 선지출한 금액 상당의 돈을 피고인의 개인 계좌로 다시 이체하였다(증거기록 제161 내지 168쪽,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공소외인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회비납부 계좌에서 피고인의 개인 계좌로 이체한 돈은 피고인이 선지출한 금액을 동호회로부터 보전받은 것으로서 피고인 개인의 것이다. 이를 피고인이 스쿨뱅킹 대금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회비납부 계좌로 연회비 등을 입금받아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회비납부 계좌에 입금된 돈 중 위와 같이 피고인의 선지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하여 개인 계좌로 이체된 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회비납부 계좌에서 바로 이 사건 건물의 난방기구 동파 수리비,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재산세 지원, 이 사건 동호회의 서울 정기모임 비용, 이 사건 건물의 수도 수리 및 청소기 구입 명목으로 사용되었다.
라) 피고인은 매년 마지막 정기모임인 10월경 그때까지의 연회비 등 수입내역과 지출내역을 동호회 운영진 등에게 알리고 승인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전년도 이월금을 합한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경우에는 잔액을 동호회 자산으로 처리하여 다음 해로 이월하고, 지출이 전년도 이월금을 합한 수입보다 많은 경우(피고인이 개인 자금으로 이 사건 동호회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을 선지출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가 생긴다)에는 부족한 금액을 동호회의 마이너스 자산(채무)으로 처리하여 역시 다음 해로 이월한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하였거나 취득하고자 하였던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마) 그 밖에 이 사건 동호회의 연회원이 가족 또는 지인들과 이 사건 건물에 숙박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연회비, 가입비와는 별도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바) 이 사건 동호회의 회원은 연회비를 납부하지 아니하면 연회원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가족 또는 지인과 이 사건 건물에 숙박할 수 없고, 연회비를 납부하면 연회원으로 인정받아 가족 또는 지인과 이 사건 건물에 숙박할 수 있으므로, 회원의 연회비 납부와 피고인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숙박 허락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연회비 등을 납부한 회원에 한하여 이 사건 건물에 숙박하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관계만으로는 피고인이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회원들로부터 연회비를 받고 숙박을 허락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할 목적, 즉 영리의 목적으로 숙박업 등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영리의 목적으로 숙박업 등을 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죄와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무죄판결의 공시를 원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공시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하성우